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하버드대

“미사일 쏘듯 (관세로) 세계 경제를 공격하면서, 어떻게 세계 각국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해 줄 플라자 합의와 같은 통화 협정에 동의하길 기대하겠습니까.”

세계적인 통화 정책 전문가인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교수는 7일 WEEKLY BIZ 인터뷰에서 미국이 40년 전에 이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일궈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라자 합의란 미국이 심각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고 일본·서독·프랑스·영국 등과 1985년에 맺은 통화 협정이다. 이 협정을 통해 달러 가치는 짧은 시간에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하락했고 무역 적자도 일부 해소됐다.

트럼프가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통화 협정을 원할 것이란 관측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예고편이라는 스티브 마이런(Miran)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보고서(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를 보면 마이런은 트럼프가 제2의 플라자 합의 격인 ‘마러라고(트럼프의 개인 별장) 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관세는 수류탄 아닌 미사일”

-미국이 마러라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마러라고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2일 트럼프가 발표한 상호 관세는 세계 경제에 수류탄을 던진 수준이 아니라 미사일 공습을 가한 수준이었다. 이런 행동을 한 미국이 (다른 나라의 협력이 필요한) 플라자 합의와 같은 다자 협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미국 국채 매도가 늘어나는 현상은 어떻게 보나.

“만약에 (중국 등) 다른 나라 정부가 외환 보유고에서 미국 국채의 비율을 줄여 나간다면 달러는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달러 약세를 원하는) 트럼프가 무조건 반길 수는 없다. 미국 국채 수요가 줄어들면, 미국 정부는 앞으로 빚을 낼 때(국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국채 이자 비용이 치솟는다.”

마이런은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역 상대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초장기 채권으로 교환하는 협정을 맺는 방식도 제안한다. 방위력 제공을 빌미로 외국 정부가 기존에 보유한 국채를 만기가 100년인 국채 혹은 영구채로 바꾸라고 압박하는 구상이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선 “미국이 ‘이자가 없는 100년채’ 등을 동맹국에 들이밀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미국이 동맹국이 보유한 자국 채권을 이자가 없는 100년 국채로 바꾸자고 압박할까.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거 영국이 50년·100년채를 발행한 뒤 식민지의 팔을 비틀어서 구매하도록 만든 적은 있지만, 이자는 지급했다. 미국이 안전 보장을 빌미로 한국과 같은 나라에 100년채를 들이밀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달러 독주가 멈출 수도”

-고관세 정책 같은 독선적 정책이 달러 지위에 끼칠 영향은.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부터 외국 중앙은행은 외환 보유고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줄여왔다. 미국 정부가 (관세와 같은) 징벌적인 무역 정책을 남용하다 보면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다. 물론 아직 국제 무역·결제에서 달러의 ‘왕좌’를 위협할 만한 통화는 없지만, 유로화나 중국 위안화의 지위가 서서히 강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미국이 경제·군사적으로 패권국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을까.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처럼 급격히 패권국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미국의 나랏빚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었다. 이제는 국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었다. 더구나 트럼프가 지금까지 미국이 구축해온 ‘글로벌 리더십의 구조’를 깨부수고 있다는 점 역시 걱정스럽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하버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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