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샤프 모리슨코헨 대표 변호사. /모리슨코헨

“그는 새벽 6시에도 불쑥 전화를 걸어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광적인 정보 수집가입니다. 또 날씨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의 옆을 지키며 로열티를 보이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지요.”

흔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즉흥적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리더라고 하지만, 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의 평가는 달랐다. 대정부 전략에 특화된 미국 뉴욕의 중형 로펌 로펌인 모리슨 코헨의 데이비드 샤프 대표 변호사는 지난 11일 WEEKLY BIZ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똑똑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무슨 일이든 신중히 결정하는 스타일의 인물이라 평했다. 부동산,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전문으로 하는 샤프는 트럼프가 뉴욕의 부동산 디벨로퍼였던 2000년대 초반 트럼프를 약 7년 동안 대리하며 지켜본 인물이다. 1990년대부터 여러 한국 기업을 대리해 온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한 샤프는 최근 미국 철도공사 암트랙이 강제 수용한 워싱턴 DC의 중앙역 ‘유니온 스테이션’ 사용권 협상에서 여기에 투자한 다올자산운용이 총 5억5000만 달러(약 7800억원)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하는 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내각 유력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그는 “트럼프 행정부 요직에 사업의 생리를 이해하는 기업 출신이 많아 한국 기업들엔 사업을 논할 절호의 기회”라며 “자기 사업이 미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즉흥적이라고? 숙고 끝에 결정”

-가까이서 지켜본 트럼프는 어떤 리더인가.

“나는 그가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엄청난 정보 수집가다.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주변의 똑똑한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해 도움을 주기 원한다. 그는 무언가 생각나거나 뉴스에서 보면 새벽 6시에도 불쑥 내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기도 했다.”

-트럼프는 왜 이렇게 즉흥적인가.

“트럼프가 의사 결정을 매우 신속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엄청난 준비와 숙고를 거쳐 의사 결정을 한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하는 4년 동안 재집권 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1월 취임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건 그만큼 준비가 잘됐다는 뜻이다.”

-자신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 같기도 한데.

“트럼프가 분명히 톱다운으로 일하는 사람은 맞지만, 전선의 가장 앞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지도자가 대개 뒤에서 명령하는데, 트럼프는 ‘제대로 해보자’고 말하고 결과에 책임지며 결코 숨지 않는다. 이건 리더십의 훌륭한 특성이고 트럼프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 원칙은 중산층 부(富)의 창출, 자녀를 위한 자유로운 학교 선택, 강한 군사력 구축, 평화와 번영 같은 것들이다. 그는 주류 언론이 자신을 잘못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려 한다.”

◇ “韓 기업엔 엄청난 기회 될 수도”

-한국에 대한 인식은.

“트럼프와 한국만을 주제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한미 동맹의 전략적·경제적 가치, 동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근면성, 독창성, 창의성 같은 걸 높게 평가한다. 한국 사람이 지닌 특징과 공통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관세 전쟁 속 한국에 조언을 하자면.

“간헐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일관성이 중요하다. 날씨가 좋을 때도, 폭풍이 몰아쳐 나쁠 때에도 당신은 거기 있어야 한다. 트럼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라.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의 옆에 있으면서 함께한 사람이 많다. 나는 트럼프와 20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로열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행정부 인사들 가운데 (트럼프와) 오래된 우정을 가진 인물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기부 외의 자선 활동도 중요하다.”

-한국의 아웃리치(대외 접촉)에 대한 평가는.

“한국엔 훌륭한 글로벌 기업이 많다. 이들이 정부와 접촉하고 각 주(州), 의회 리더십을 만나 나라를 대표하는 사절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주요 요직에 직업 정치인은 거의 없고 오히려 기업인 출신이 많다. 비즈니스와 비즈니스가 연결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이건 한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로 간주돼야 한다.”

-비싼 돈 써서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것 말고 중요한 건 뭔가.

“가장 비싼 게 항상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인은 자신이 이루려는 바가 미국 내 커뮤니티와 어떻게 연결돼 한미 양국과 기업 모두를 위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리슨 코헨은 올해 3월 공공 정책, 규제 준수, 정부 관계 전략 등을 자문하는 대정부 전략 특화 그룹을 새롭게 런칭했다. 샤프는 “이 실무 그룹은 지난 3년 동안 비공식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트럼프의 재선 이후 연방 활동이 급증하면서 서비스 수요가 증가해 공식화된 것”이라며 “회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공무원, 주요 기관과 상호 작용하는 데 모든 측면에서 고객에 조언하겠다”고 했다.

데이비드 샤프 모리슨 코헨 변호사가 지난 11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