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대의 소비자 심리 지수 산출을 총괄하는 조앤 슈 미시간대 교수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계속 바뀌는 관세 정책이 야기한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대

“관세 세율이 높아진 것보다 짧게는 수 시간 만에 갈아치우는 관세정책이 낳은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에 더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 산출을 책임지는 조앤 슈 미시간대 교수는 지난 14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일관성 없이 계속 바뀌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악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의균

1946년 조지 카토나 미시간대 교수가 시작한 소비자 조사에서 가장 핵심은 소비자 심리 지수 산출이다. 매달 1000명 안팎의 소비자를 조사한 뒤 지수를 뽑아낸다. TV·냉장고 등 소비재 제품 구매 계획을 비롯, 재정·소득 변동 등 경기와 밀접한 50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지수화하는 식이다. 낮을수록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이란 의미다. 지난 11일 발표된 4월 소비자 심리 지수는 50.8로 한 달 전(57)보다 10.9% 낮아졌다.

◇“오락가락 관세가 불안을 키운다”

-트럼프의 관세는 미 소비자들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관세가 너무 높다거나, 관세가 좋은 정책이냐 나쁜 정책이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엔 심지어 몇 시간 만에 관세정책의 내용이 바뀐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당장 소비자들은 지금 자동차나 다른 물건들을 서둘러 사는 게 나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밑바탕이 돼 소비자들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정책에 우려가 큰가.

“설문조사를 할 때 따로 관세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응답자의 60% 정도는 어떤 형태로든 ‘관세’를 언급했다. 심지어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나중엔 나아질 수 있겠지’ 하면서도 당분간은 관세정책 때문에 경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는 지지 정당과 관련 없이 모든 소비자의 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보통 소비자 심리 지수가 악화하면 경기 침체가 뒤따랐는데,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소비를 늘리거나 줄이기 때문이다.”

-관세 때문에 주식시장이 흔들리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가 하락은 고소득층의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은 저소득층보다 미래 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흔들리자 현재는 고소득층조차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위험 신호다. 전체 소비에서 고소득층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 심리가 악화하는 건 경제에 그만큼 타격이 클 수 있다.”

◇“실업도 물가도 모두 걱정”

-실업 우려도 커지고 있나.

“(관세전쟁 때문에) 소비자들은 미국 기업의 사업 여건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고 본다. 이에 ‘앞으로 1년 동안 실업률이 오를 것’이라 답한 소비자 응답률은 67%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1월 32%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미국 경제를 휩쓴 2008년 11~12월, 2009년 2월에 기록한 최고치 6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미국인들은 다만 트럼프 정부의 엄격한 이민 정책이 실업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보통 추방 대상 이민자들은 블루칼라 근로자들이기에, 특히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의 일자리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픽=김의균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소비자들은 4월 조사에서 1년 후 물가 상승률이 6.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1981년 이후 44년 만에 최고치다.”

-경제학자들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 보기도 하는데.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일부 경제학자들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 예측한 건 트럼프가 발표할 높은 관세 수준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처럼 충분히 예고된, 적용 범위도 협소한 관세정책을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관세 적용 대상 국가도 훨씬 광범위하고, 세율 수준도 절대적으로 높고, (내용이 계속해서 바뀌어) 앞으로의 방향성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몇 달 전 (트럼프 관세 조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경제 전문가들이 내린 판단보다 소비자들이 최근 내놓은 물가 전망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도 우려하나.

“물론 응답자들이 설문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실제로 그런 상황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읽힌다. 물가와 실업률 상승,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재가 함께 발생하는 게 스태그플레이션이지 않은가. 모두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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