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및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연금 개혁, 공무원 인원 감축까지….
한국에서도 늘 화두였지만 수년 이상 해결이 쉽지 않았던 논쟁거리입니다. 이 어려운 걸 집권 1년 만에 전부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전임 정부가 떠넘긴 연 200% 넘는 인플레이션과 124조원가량 늘어난 부채, 텅 빈 외환 보유고 등을 손에 쥔 채. 바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입니다.
지난해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현지에서 전임 포퓰리즘 정권 시절과 밀레이의 초기 개혁 시절을 둘 다 경험했습니다. 당시 밀레이식 ‘전통 톱 개혁’의 방향성에 수긍하면서도 성공엔 의문을 가졌습니다. ‘줬다 뺏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니 수십 년 동안 포퓰리즘 정권의 퍼주기에 익숙했던 국민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밀레이는 인기를 잃더라도 경제난 해결에 필요한 정책들을 과감히 밀어붙였고, 국민들은 고통을 감내하며 그를 지지했습니다. 그 결과, 시급한 난제였던 인플레이션 불길을 잠재우는 등 성과가 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선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유혹은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 달콤하지만 그 부담을 떠안을 미래 세대에겐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인기 없는 정책’일지라도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