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 2월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2023년 8.4%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율을 2038년에는 29.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한국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봅니다.
에너지 전환에서 한국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기술력’입니다. 저는 한국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해상 풍력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한국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조선 업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기술력을 활용해 해상 풍력발전에 필요한 구조물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 조달 과정에선 약점이 있습니다. 풍력발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려면 금융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레디아그리콜 CIB(기업·투자은행 부문)와 같은 유럽 금융사들은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자금 조달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과 유럽의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싱크탱크 KEY(Korea Europe & You)가 17일 개최한 ‘2025 지속 가능성 포럼’은 유럽 금융회사들이 한국 금융사와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발행되는 채권의 20%가량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입니다. 해상 풍력발전 시설을 짓는 것처럼 신규 친환경 에너지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ESG 채권입니다. ESG 채권을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이 많았던 기업들이 (시설 개선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ESG 채권 발행 및 거래는 유럽에서 시작돼 일본, 홍콩, 중국으로 확대됐습니다. 한국의 ESG 채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ESG 채권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