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요즘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수집해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들이 엄청 많아요. 당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있어도 엄청난 양의 개인 정보를 캐낼 수 있다니까요.”

최근 소셜미디어 레딧에 ‘디지털 존재감을 지우고 프로필 정보를 감춰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런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온라인에 공개된 개인 정보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일주일도 채 안 돼 200여 명이 댓글을 남기며 공감했다. “구글에 주기적으로 이름을 검색해봐라” “온라인 정보를 없애주는 업체도 있다”는 등 각종 노하우도 공유했다.

온라인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돼 광고·마케팅 등 상업적 용도로 남용되고, 범죄에까지 연루될 위험까지 커지면서 자신의 프로필을 온라인에서 숨기는 ‘디지털 은둔족’이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출신 학교, 생년월일 등과 같은 기본적인 신상 정보를 숨기고, 가족 관계나 거주지를 유추할 수 있는 게시물을 지워 개인 정보가 새어나갈 틈새를 막아버리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너도나도 꽁꽁 숨는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개인 정보가 노출돼 자칫 각종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에 사는 아니타 스미스(가명)는 지난달 영국 BBC 인터뷰에서 온라인상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나는 1년에 한 번씩 소셜미디어 계정을 정리한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많은 사진이 인공지능(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쓰이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등) 정보도 절대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30)씨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맞춤형 광고에 너무 신경이 쓰여 올 초에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 계정을 없애버렸다”고 했다. 사이버 보안 업체 노드VPN이 2022년 한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국인 62.1%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다”고 답했다.

온라인상 자신의 정보를 꽁꽁 숨기는 디지털 은둔족이 늘어난 이유는 AI를 통해 개인 정보가 각종 범죄에 쓰일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AI로 진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가짜 얼굴 및 음성을 단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범죄 수법이 정교해지고, 범죄 형태는 다양해지는 추세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 ‘홈시큐리티히어로스’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에 유포된 딥페이크 영상은 2019년 대비 550% 늘어난 약 9만5000개를 기록했다. 이 중 음란물은 2만1019건에 달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개인 정보 관리해야”

개인과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금융 사기도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되는 비밀 사이트)엔 이미 수천 달러에 살 수 있는 다양한 사기 용도의 소프트웨어들이 판매되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AI 금융 사기는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딜로이트는 생성형 AI로 인한 미국 내 사기 범죄 피해액이 2023년 123억달러에서 2027년 4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의균

전문가들은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려면 각종 소셜미디어 등에 노출된 개인 정보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 비영리 조직인 국가사이버보안연합(NCSA)은 ‘딥페이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게시물을 통해 “신중한 온라인 개인 정보 공유가 딥페이크 범죄를 피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했다. NCSA는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의 공유를 자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정보가 공유될 수 있도록 ‘친구 요청’을 신중하게 수락해야 한다”고 했다. NCSA는 또 웹사이트의 개인 정보 보호 설정 활성화, 다중 인증 로그인으로 보안 강화 등을 개인 정보 관리법으로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