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챗GPT로 이미지를 만들고 좋아하는 걸 보는 건 진짜 재미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우리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는 지난달 25일 GPT-4o 기반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새로 선보였습니다. 이후 사진을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화풍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X 등 각종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이 지브리풍 그림으로 가득 차기에 이르렀습니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챗GPT의 이용 폭증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7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챗GPT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509만명에 달했습니다. 챗GPT가 2023년 국내 앱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MAU 500만명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AI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고초를 겪는 것은 GPU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하버드대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과 캘리포니아대 필딩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2132개에서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배출한 탄소량은 1억559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8년을 기준으로 삼았던 앞선 조사보다 세 배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미국 항공 산업이 한 해 배출하는 탄소량인 1억3100만t에 거의 맞먹는 양입니다. 항공 산업이 막대한 탄소 배출량 때문에 ‘기후 악당’이라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AI 때문에 환경에 지워지는 부담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닌 셈입니다.
다만 AI 활용이 기후에 마냥 적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 한국산업정보학회논문지에 등재된 ‘머신러닝 기반 공장 HVAC(냉난방 공조)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화 운영 시뮬레이션’ 논문에 따르면, AI에 기반한 온도 제어 알고리즘은 기존 장치에 대비해 10~30%가량 에너지 절감 효과를 발휘한다 합니다. 에너지 절감은 곧 탄소 배출량 축소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고요.
AI에 기반한 교통수단의 경로 최적화 또한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합니다. 불필요한 동선을 최대한 제거해 주는 AI 덕에 종전보다 연료를 확연히 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AI로 선박에 최적의 운항 경로를 알려주는 일종의 바다용 내비게이션인 ‘오션와이즈’로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억제합니다. 교통 분야에 AI를 적용해 최적 설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큐비틱의 이서준 대표는 “AI는 기후 환경을 일방적으로 해치거나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결국엔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