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만 더해진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제랄드 마스네 크레디아그리콜 CIB(기업·투자은행 부문) 한국 대표는 한국·유럽 협력을 위한 싱크탱크인 KEY(Korea Europe & You)가 주최한 ‘2025 지속 가능성 포럼’에 맞춰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 자금뿐 아니라 해외 투자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러한 친환경 관련 금융에서 전문성이 있는 크레디아그리콜 CIB와 같은 금융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앞당기는 마중물
한국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비율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2023년 8.4%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율을 2038년에는 29.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스네 대표는 “한국은 현재 30GW(기가와트)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8년까지 122GW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대규모 전환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해상풍력발전 관련 구조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링·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해상풍력발전 시설을 구축하려면 해저에 고정되거나 바다에 떠 있는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자금 확보도 중요하다. 마스네 대표는 “한국이 순조롭게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려면 ‘금융 구조화’와 관련해서는 더 노력이 필요하다”며 “크레디아그리콜 CIB가 이러한 부분에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럽이나 대만의 금융 기관들은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한 자본 조달의 경험이 풍부하다. 이러한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과 협력해 친환경 기반 시설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레디아그리콜 CIB는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를 해외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입하는 프로젝트나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사업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유럽에선 채권의 20%가 ESG 채권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ESG 채권과 같은 금융 상품의 역할도 중요하다. 앙투안 로즈 크레디아그리콜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속가능금융 총괄은 “유럽에서는 발행되는 채권의 20%가 ESG 채권”이라고 했다.
ESG 채권 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설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발행되는 ‘그린 본드(green bond)’ 등의 비율이 큰 편이다. 기업이 친환경과 관련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형태의 ‘지속가능 연계 채권’도 있다. 로즈 총괄은 “이러한 지속가능 연계 채권의 경우 대규모 시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일이 없는 중소 규모 기업들도 지속가능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SG 채권으로 친환경 시설을 만드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ESG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 시설 개량·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ESG 채권의 발행 및 거래는 유럽에서 시작돼 일본·홍콩·중국 등으로 확대돼 왔다. 크레디아그리콜 CIB가 이러한 상품 개념을 소개한 이후 한국의 ESG 채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로즈 총괄은 “ESG 채권 시장을 더 키워내기 위해선 현지 은행, 현지 투자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지속 가능성 포럼을 주최한 KEY의 이준 이사장은 “ESG 분야에서 앞서 있는 유럽 기업들의 인사이트를 국내에 소개하고, 실질적인 협력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포럼을 기획했다”며 “ESG 프로젝트 투자와 지원에 앞장서는 크레디아그리콜과 같은 금융 기관의 인사이트는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