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 여자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영희(58)가 코트를 떠난 이후 삶을 공개했다.

전 농구선수 김영희/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한 김영희는 1987년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거인증으로 불리는 희귀병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김영희는 뇌출혈로 쓰러지며 갑작스럽게 코트를 떠났다.

그는 6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88올림픽을 대비해 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던 중 쓰러졌다. 반신마비가 왔다. 한쪽 다리, 한쪽 팔이 마비가 오고 앞이 안보이더라”며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대표 선수들 지정병원으로 갔었다. (의사가) 머리에 큰 혹이 있는데 어떻게 훈련을 했느냐고, 혹이 너무 커졌다더라. 조금만 더 있었으면 사망했을 거라고 했다”며 “병원에서는 사형 선고를 내리더라. 사망이냐, 운동이냐 둘 중 하나라를 선택하라더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합병증까지 생겨 거동까지 불편해졌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도 어려운 상태까지 됐다. 또한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우울증까지 왔다.

김영희/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김영희는 “1987년 뇌수술을 받고 집에서 쉬다 답답해서 밖에 나갔는데 5분 만에 돌아왔다. 등 뒤에서 ‘와 거인이다. 여자야 남자야’라며 웃더라. 다시 집에 온다.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도저히 밖에 못 나갔다”고 털어놨다.

그때 그의 곁을 지켜준 건 어머니였다. 김영희는 “소파에 앉아 먼 창문을 바라보며 ‘구름아 내 친구 좀 돼다오. 많이 외롭다’고 말했다. 구름이 흘러가면 너마저 날 외면하는 구나. 날 왜이렇게 크게 만들어 외롭게 만드냐고 세상에 한탄했다. 어머니가 그걸 보고 새벽 4시에 깨웠다. 사람들 있을 때는 시선이 두려운데 새벽 4시에는 아무도 없으니 깨워서 산에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엄마가 살아있을 때 내 친구가 돼줬다”라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우울증은 2002년부터 5년간 앓았다. 그는 “너무 심각했다.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 밤이 무서웠다. 해가 뜨는 게 무서웠다. 겨울에는 밤이 더 길어 그게 싫었다. 밤새 잠을 못 잔다. 난방도 안 틀고 문도 다 열고 TV도 크게 틀고 밤새 운다. 날이 밝아오면 안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김영희는 숭의여고 재학 시절 함께 농구부 활동을 한 동창을 만났다. 평소에 신지 않던 구두까지 꺼내 신었다. 김영희와 친구들은 “교정 터에 오니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힘들었어도 농구 하길 잘했다 싶다”며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했고, 지금도 ‘농구 선수 김영희’로 불리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