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긴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종호 교수가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다시 공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나종호 예일대 의과대학 교수는 1일 자신의 SNS에 지난 2020년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당시 브런치스토리에 게재했던 글 일부를 인용해 올렸다. 그는 "나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는 사회를 바란다. 그러나 자살이 명예롭게 포장되는 분위기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살을 유일한 탈출구처럼 여기고 있던 이들에게 '자살은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해방'처럼 보이는 사회 분위기는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며 "자살을 기리는 방식이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정신과 의사로서 "박원순 시장의 사망 당시 우리 사회가 그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며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거대한 권력을 고소하기까지 피해자가 감당했을 공포와 두려움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는 그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피해자의 존재를 지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전 의원은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31일 밤 11시 40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유서가 남겨졌으며,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교 부총장 재직 시절 여성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고소인 측은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장 전 의원의 사망으로 취소됐다.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