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추석 대목 극장가 라인업까지 바꿔놨다.
명절 극장가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가장 몰려 각 배급사의 최대 기대작 혹은 블록버스터 등 텐트폴 영화들이 총출동한다. 국내 영화 제작비 파이가 커지면서 명절 대목에는 100억원이 훌쩍 넘는 초대형 한국 영화들이 즐비했다. 올 초 설날에만 해도 순제작비 170억원의 '남산의 부장들'이 흥행을 이끌었다. 지난해 추석에도 제작비 100억원 이상이 들어간 '타짜: 원 아이드 잭',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등이 개봉해 관객을 만났다.
하지만 올해 추석 극장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올 여름 '반도'를 시작으로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텐트폴 영화들이 개봉하며 코로나19의 기세를 꺾고 반전을 맞는 듯 했다. 무려 2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승리호', 차승원, 이광수 주연의 재난 코믹 블록버스터 '싱크홀' 등의 작품이 추석을 노리고 개봉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다시 한번 발목이 잡혔고, 대형 영화들은 연이어 추석 개봉을 포기했다.
올 추석에는 대형 영화의 빈자리를 중소 규모의 허리급 영화들이 채운다. 대표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순 제작비 48억원이 들어간 따뜻한 휴먼 코미디 영화 '담보'를 추석 영화로 내세운다. 23일과 30일 개봉을 놓고 마지막 조율 중인 '담보'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와 그의 후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세 소녀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등이 출연한다. 손익분기점은 170만명이다.
배우 신민아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디바'도 고심 끝에 추석 연휴 한주 전인 23일 개봉을 확정, 추석 스크린 대전에 합류하게 됐다. '디바'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신민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그동안 로맨스물을 통해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줬던 신민아의 파격 변신에 기대가 모아진다. 디바의 순 제작비는 55억원, 손익분기점은 130만명이다. 영화의 경우 해외 선판매 등에 따라 손익분기점은 달라질 수 있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로 독보적인 장르와 스타일을 개척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역시 29일 개봉을 확정해 추석 연휴에 관객들과 만난다. 코미디와 스릴러가 결합된 독특한 코믹스릴러를 지향하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 않는 존재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현, 김성오, 서영희, 양동근, 이미도 등 신선한 배우들의 조합도 눈길을 끈다. 총 제작비는 60억원, 손익분기점은 160만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계속된 개봉 연기 끝에 30일 개봉을 확정한 ‘돌멩이’는 허리급 영화들 사이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의 저예산 영화다. 순 제작비는 10억, 손익분기점은 40만명이다. 크기는 작지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관객들의 호평을 이끈 수작으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세의 마음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한 김대명이 8세 지능을 가진 석구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연기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