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개그우먼 김영희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그녀가 11년이 지난 현재,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여 첫 삽을 떴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에로물’의 감독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장르는 성인 영화지만 그 안에 인정과 사랑, 시대상을 담고 싶다고 한다. 첫 작품 이후 자신만의 시선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만들 계획이다.
김영희는 24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메가폰을 잡은 첫 영화 ‘기생춘’으로 언론시사회를 열고 “저 스스로 감독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할까 봐 굉장히 걱정했다. 그래서 촬영 전 다양한 작품들을 모니터 하면서 어떻게 촬영을 해나갈지 고민했다”며 “제가 웃기기 위해, 장난으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다. (에로물을) 좀 더 자연스럽게 즐기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영희가 연출한 새 영화 ‘기생춘’(배급 주식회사 나우콘텐츠, 제작 애플캔미디어 주식회사, 제공 비플릭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을 패러디해 연애, 결혼, 출산을 미룬 일명 삼포세대의 아픔을 담았다.
김영희는 “봉준호 감독님은 작품에 사람 사는 냄새를 담는다. 저도 그런 느낌을 넣고 싶었다”며 “물론 ‘기생충’과 ‘기생춘’이 장르는 다르지만 저도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평소 봉준호 감독님을 존경해왔는데, 앞으로도 제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녀가 패러디 한 이유는 개그우먼으로서 패러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이 패러디를 좋아하는데 요즘 점점 패러디가 없어지는 거 같더라. 그래서 조금은 오지랖이지만, 제가 나서서 패러디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당찬 기획 의도를 전했다.
김영희는 10살 연하의 야구선수 윤승열과 결혼하기 전, 11년 동안 솔로였는데 이 시기 성인영화를 섭렵하면서 자신도 잘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11년간의 솔로 생활에서 성인영화에 빠지게 됐는데 제게 고마운 장르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민도윤 배우를 보게 됐고 SNS DM을 통해 연락해 출연을 제안했다.”
친구지만 현장에서는 감독과 배우로서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임했다고 한다. 김영희는 “영화가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싶었다. 특히 베드신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며 "드라마에 거품키스가 있는 것처럼 저도 저만의 시그니처를 담았다. 안전벨트를 이용한 베드신인데, 오늘 공개한 버전에는 없다. 낮부터 불편하실까 봐 편집했다. 4월 중 공개되는 IPTV 버전에서는 보실 수 있다”고 예고했다.
“봉만대 감독님이 계신데 저의 부캐는 ‘풍만대’다. 뱃살이 풍만해서 ‘풍만대’로 지었다.(웃음). 성인영화 장르는 제가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차기작은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패러디한 ‘티팬티 하우스’다. 또 ‘민도윤의 50가지 그림자’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환경을 바꿔보겠다는 생각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인물을)편하게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4월 비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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