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좀체 내용을 종잡을 수 없던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이 줄거리 수습을 시작했다.

먼저 1987년 사주역 사린가스테러 사건은 왜 벌어졌을까. 사건의 주범 조경호(엄태구 분)는 말했다. "정현아 왜 사람들은 전부 다 그냥 잊어버리는 걸까? 왜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견뎌 하는 걸까?"라고.

그래서 조경호는 ‘사람들이 절대로 잊지 못할 일’ 사주역 사린가스테러를 벌였다.

그럼 사람들이 전부 다 잊어버린 일은 뭘까? 바로 복지원 인권유린사건이다. 드라마상 조경호·조정현(한예리 분)이 나온 한가족 복지원장 임인관(최광일 분)은 복지원 관련 사건에서 1987년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조경호는 그 복지원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이 한가족 복지원은 부산 형제복지원을 모델로 삼은 모양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까지 일어난 인권 유린사건으로, 당시 복지원에선 불법감금은 물론 강제노역, 구타, 살해, 암매장 등 끔찍한 일들이 자행됐고 1987년 이곳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나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 6월을 받는 데 그쳤다.

조경호는 인터뷰에서 “왜 고향인 사주에서 그런 일을 벌였느냐?”는 질문에 “그냥 편해서”라고 답했지만 그 믿었던 고향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그렇게 쉽게 망각한 데 대한 분노가 있었을 수 있다.

임인관의 딸이자 최형인(유재명 분)의 아내(김새벽 분)는 복지원의 실태를 알고 아버지와 의절한 채 살았고 어떤 경로(아마 조경호 남매가 복지원으로부터 나올 수 있었던 사안과 연관된 듯)로 조경호와 연이 닿아 그의 계획을 묵인한 듯하다. 더 나아가 그 현장에 자신이 함께 함으로써 아버지의 죄를 대신 속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홈타운’을 관통하는 세뇌 프로그램은 냉전시대 CIA가 추진했던 ‘MK 울트라 프로젝트’를 차용한 듯 싶다.

‘MK 울트라 프로젝트’에 대해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CIA의 비밀 인체실험(CIA Secret Experiments)’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고 이는 지난 5월 19일 방영된 SBS의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도 다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1953년 11월, 펜실베니아 호텔 10층서 투신자살한 미 육군 소속 화학자 프랭크 올슨의 행적을 쫓아 CIA가 자행한 인체실험의 실상을 폭로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당시 CIA는 인간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특정 화학물질과 요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포로심문 등을 위해 LSD나 사린가스 등과 같은 성분을 자백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CIA는 또한 최면에 의한 암살도 연구했다고 한다. 당시 CIA의 목표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였다고 하는데 최면을 통해 암살에 성공할 경우 암살범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미국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CIA는 수많은 약품과 전기충격 등의 실험을 진행했지만 이 실험은 공식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CIA는 잠들어 있는 피해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고 알 수 없는 테이프를 반복적으로 틀어줬으며 또 다른 실험 피해자는 매일 알 수 없는 특별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음모론자들은 존 F 케네디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총격 살해한 팔레스타인 이민자 시한의 범행이 CIA의 작품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드라마 ‘홈타운’에 등장하는 사린가스, LSD(마약 캔디), 의미를 알 수 없는 테이프 등은 모두 ‘MK 울트라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것이다.

최면암살을 다룬 영화도 만들어졌다. 1962년 프랭크 시내트라 주연,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맨추리안 캔디데이트(Manchurian Candidate)’가 그것이다. 조나단 드미 감독은 2004년 던젤 워싱턴을 주연으로 내세워 동명의 작품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맨추리안’은 ‘만주’를 의미하며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에 체포된 주인공이 세뇌당한 후 ‘다이아몬드 퀸’에 반응, 조정자가 지정하는 인물을 암살하는 내용이다.

리메이크작에선 한국전쟁이 베트남전쟁으로, 세뇌의 주체가 중국공산당에서 다국적기업으로 각색된다.

드라마 ‘홈타운’. 아직 깔린 떡밥은 많이 남았지만 본격적으로 회수가 시작되면서 한결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zaitung@osen.co.kr

[사진] '홈타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