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하려는 '설강화'에 '지수 찬물 끼얹기'? 극중 자신의 이름인 '영로' 발음도 잘 안되더니, 이젠 '좌지우지' 논란이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의 시청률이 다소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지수의 '발연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설강화'는 초반 시청률 3%대에서 1%대로 급락했다가 지난 2일에서야 3%대를 탈환 했다. 기획 당시부터 초호화 캐스팅에 화려한 제작진 등 큰 기대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만족할 수치는 절대 아니나, 그나마 기사회생의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에겐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운데 여주인공 지수의 발연기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 조짐을 안보인다는 점이다.

'설강화'는 극중 정해인이 남파간첩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점차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 기숙사 인질극이 본격 펼쳐진 6회를 중심으로 이야기에 탄력이 붙고 있다. 특히 6회 막판에 지수가 안기부장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인공간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가운데 지수의 불확실한 발음이 매 중요한 장면마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초반에 비해 감정의 진폭이 훨씬 커지면서 지수의 극중 역할 또한 크게 늘어났다. 간첩으로 나오는 정해인이 시종일관 미동조차 찾아보기 힘든 표정과 냉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시청자들의 감정 변화를 지수가 이끌어내야 했다. 즉 지수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 될 수록, 드라마 연출 의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6회 엔딩신에서 정해인과 대결을 하는 결정적인 장면, 지수가 입을 열자 감정선이 확 깨진다. "니가 뭔데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해"에서 '좌지우지' 발음이 정확치 않고, "다 풀어달라고. 제발 아무 죄 없는 사람은 풀어줘"라고 울부짖는데, 짧은 호흡으로 인해 절규라기보다는 생떼를 쓰는 것처럼 들린다. 여기에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는 "나 안기부장 딸이야"를 말할 때도 마찬가지.

이러한 감정선을 끊는 지수의 내공 낮은 연기는 예고편 만에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듯. 8회 예고편에서 지수가 "나 좀 내보내줘"를 안타깝게 말하는데도, 대사를 귀기울여 들어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발연기 논란에 대해 소속사의 선구안에서 1차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높다.

지수가 맡은 '영로'란 인물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연기경험이 전무한 신인이 소화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역이었기 때문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변화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도 난이도 최상인데, 순진무구하던 대학 신입생이 운명적인 비극에 처하게 되는 캐릭터 변화를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겠냐는 '동정 아닌 동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오랜 세월 트레이닝을 받아온 연기자들도 신인일 때는 주눅이 들어 발음이 엉키곤 하는데, 지수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큰 역을 골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의 팬덤을 내세워보려는 제작진의 안일한 선택과 무조건 흥행 보장된 카드로 화려하게 데뷔해보려는 소속사의 오만이 부른 결과"라며 "'발연기 논란'에 한번 빠지면 배우 또한 쉽게 헤어나오질 못하는데, 좋은 스타성을 가진 것만큼은 명확하니 차기작은 보다 겸손한 자세로 고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