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마블 스튜디오가 내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5를 연다. 국내에서 페이즈 4의 이야기들이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기에, 페이즈 5로 반전을 꾀하며 ‘마블민국’(마블+대한민국)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월트디즈니컴퍼니 측은 오는 2023년부터 시작되는 마블 페이즈 5의 라인업을 소개했다. 페이즈 5를 여는 첫 번째 작품은 내년 2월 국내 개봉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앤트맨3')이다. 이어 내년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7월엔 '캡틴 마블'의 후속편 '더 마블스'를 선보인다. '더 마블스'의 경우 배우 박서준이 출연을 공식화하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마블민국'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2019년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하는 작품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국내에서만 최종 1397만 관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페이즈 3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시작된 페이즈 4는 '마블민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큰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갈수록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2년여 동안 선보인 페이즈 4의 작품들인 '블랙위도우'는 296만명,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는 174만명, '이터널스'는 305만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755만명,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588만명, '토르: 러브 앤 썬더'는 271만명,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208만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 다수의 작품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받긴 했지만, 흥행력이 이전만 못했던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팬덤을 보유하고 있던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정도만 유의미한 흥행을 이끌냈을 뿐이다.
디즈니+(플러스) 론칭과 함께 OTT를 통해 공개된 여러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시즌1' '호크아이' '문나이트' '미즈마블' '변호사 쉬헐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선보였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완다비전'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연결되는 등, 이 작품들을 보지 않으면 페이즈 4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복잡해진 관계도는 페이즈 4에 대한 흥미도를 자연스레 떨어뜨렸다. 국내에서 디즈니+의 점유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와 시리즈가 밀접하게 연결되자 방대해진 작품 수가 되려 진입장벽을 높인 셈이다.
더불어 페이즈 1~3의 배경이던 '인피니티 사가' 이후 페이즈 4부터 선보이고 있는 '멀티버스 사가'가 진입장벽을 높였다는 평이다.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을 통해 마블은 기존 히어로들과 연계성을 높이려 했지만, 작품 연출이 이를 풀어내지 못하며 의문을 남겼다는 의견도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뉴스1에 "디즈니로 넘어가면서 타깃 연령대가 많이 낮아져 어른들이 즐기는 영웅물이라기엔 너무 유치한 느낌도 있다"라며 "아무래도 날카랍고 나쁜 구석도 있어야 하는데 너무 착한 것은 물론 가족 중심이고 다양성에 집중하다 보니 서사 흥미도가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디즈니+에서 시리즈로 오픈하다보니 새로운 인물들이 갑자기 끼어드는데 그걸 이해하기 어렵고 , 영화 속에서 풀려고 하지만 이입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 평론가는 "예전 페이즈 1~3과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는 게 이전만 하더라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빌드업에 충분했는데, 지금은 매력있는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여기에 블랙 팬서도 죽으면서 총체적 난국"이라고 밝혔다.
기존 마블을 상징하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페이즈 4를 마무리한 마블. 하지만 루이스 데스포지토 마블 스튜디오 공동대표는 페이즈 5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 화상으로 "마블의 모든 스토리가 같은 세계관 MCU에서 일어난다"라며 "'어벤져스' 성공으로 더 많은 캐릭터를 도입했다, 로키, 버키 등이 영화에서 디즈니+ 시리즈로 합류했고 '와칸다 포에버'는 '아이언파트'라는 시리즈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영화와 드라마를 왔다갔다하는 작업이 팬들을 설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블 페이즈 5를 앞둔 상황에 대해 윤 영화평론가는 “사실 앞으로도 밝지 만은 않다고 본다”라며 “현재 관객들이 OTT에 익숙해지고 긴 영화를 싫어하는 관성이 붙은 상황이라 영화를 더욱 따져보게 되는데, 특히 페이즈 4의 작품을 본 사람들의 평가도 높지는 않아서 예전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쇄신이 필요하리라고 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