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취임 후에도 중의원 숙사(宿舍)에서 출퇴근하며 민간인과 조찬을 함께하는 등 기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스가는 16일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에도 총리 관저(官邸·집무 공간)에 딸린 공저(公邸)에 들어가지 않고, ‘중의원 아카사카 의원 숙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가 지역구인 그는 도쿄에 집이 없어 총리 관저와 약 500m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서 부인과 함께 거주해왔다. 2007년 28층 규모로 지어진 이곳에서 지방 의원들은 방 3개짜리 82㎡(약 25평)의 의원 아파트를 배정받아 생활하고 있다. 월세는 주변 시세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스가는 당분간 이곳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딸기 농가 출신인 스가와 달리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도쿄 시부야에 있는 자신의 사저(私邸)에서 매일 출퇴근해왔다. 일각에서는 아베가 1932년 일부 극우 군인들에 의한 5·15 반란 사건으로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 총리가 공저에서 살해당한 것을 의식, 이곳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스가는 총리에 취임한 16일 아침에도 약 40분간 아카사카 주변에서 걷기 운동을 한 후, 7시 27분 관저 맞은편의 호텔 식당에서 비서관과 아침 식사를 했다. 17일에는 경호상 문제로 산책 장소를 관저 내부로 바꾼 후 7시 25분에 전날과 같은 호텔에서 민간인 선거 기획자를 만나 식사했다.
스가는 관방장관 시절부터 주로 아침 식사 시간에 민간인들을 만나 여론을 파악하곤 했는데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될 것 같다는 관측이 많다. 스가는 이를 통해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해 성과를 낸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세상에는 여전히 국민의 감각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당연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며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대담하게 실행하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했다. 스가는 18일엔 휴대전화 요금 인하 방안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한편 스가 총리 취임 후 처음 실시된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은 일본 국민으로부터 약 65%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스가 내각 지지율이 74%로 정권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80%), 하토야마 유키오(75%) 내각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중의원 해산·총선거가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