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는 중국 우한(武漢)이 아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최초 발견됐을 뿐, 이는 외부로부터 유입됐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쩡광(曾光) 전 중국질병예방센터 수석 역학 전문가는 지난 19일 온라인 학술회의에서 “우한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곳이지 기원한 곳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발발 후 새로운 형태의 폐렴을 보고하는 세계 최고의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 덕분에 세계 최초로 코로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쩡광은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되기 전인 그해 9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가 유행했을 수 있다는 이탈리아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나 해당 이탈리아 연구팀의 책임자인 지오바니 아폴로네는 SCMP에 “우리 연구팀의 발견은 코로나의 기원과는 무관하다”며 “중국이 전염병을 제때(코로나가 발견됐다고 알려진 시점보다 앞서) 발견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전 시점에도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음에도 중국이 이탈리아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지난해 말 처음 코로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가 경찰에 끌려가 훈계를 당한 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쩡광의 주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의 기원 조사팀을 발족시킨 후 나왔다. 조사팀은 중국 전문가들과 접촉한 후 추후 현장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쩡광 뿐만 아니라 중국 전문가들은 잇달아 ‘우한 기원설’을 부정하고 있다. 베이징대 제1병원 호흡기 전문가 왕광파(王廣發)는 지난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우한의 코로나가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우한대바이러스연구소 양잔추(楊占秋) 교수는 “이전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적할 때 중간 숙주 동물을 찾으려 했지만, 이젠 우한의 발원이 사람이나 식품에서 시작했는지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전문가 우쭌여우(吳尊友)도 중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웹사이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냉동 해산물이나 육류를 통해 바이러스가 중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발생한 환자는 냉동해산물 구역에 집중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WHO는 이미 “식품이나 식품 포장지를 통해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진둥옌 홍콩대 교수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지난달 칭다오에서 일어난 코로나 감염이 항만의 냉동수산물 하역 노동자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믿을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주장과 달리,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원된 뒤 중국서 해외로 퍼진 바이러스가 다시 중국으로 역유입되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