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16일째인 11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진입을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15㎞ 지점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는 “러시아군이 전날에 비해 5㎞ 더 전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빠르면 2~3일 내에 키이우 진입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키이우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서 양측 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키이우 서북쪽 소도시 부차와 이르핀, 호스토멜 등은 러시아군의 포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탱크와 장갑차를 막기 위해 주요 도로를 폭파하고 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 인구의 절반 가량인 약 200만명이 도시를 떠났다”며 “(우린) 키이우의 모든 거리와 모든 건물, 모든 진입로를 요새로 만들었으며 평생 총을 들어본 적이 없는 시민도 자발적으로 무장을 해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 동북부의 인구 30만 도시 체르니히우도 러시아군에 포위돼 도시 기반 시설이 대부분 파괴되고,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시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키이우와 북부 전선의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이 지역 부대의 구성을 대폭 재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키이우 인근에 60여㎞ 이상 늘어섰던 러시아 증원·보급 부대 행렬이 대부분 흩어진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 후속 부대가 최전선 부대와 합류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서부와 중부에 대한 공격도 본격화했다. BBC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북서부 루츠크의 우크라이나 공군 비행장과 군용기 수리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중부 드니프로에서도 총 3차례의 공습이 벌어져 유치원과 아파트, 신발 공장이 파괴되고, 최소 1명이 숨졌다. 드니프로는 인구 100만명의 우크라이나 제3 도시로, 내륙에서 흑해로 가는 수운(水運) 물류의 중심지다. 동북부 하르키우에도 폭격으로 학교 48곳과 정신병원 건물이 파괴돼 100여 명 이상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와의 4차 협상 날짜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며 “이달 말까지 4차 협상을 개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