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와 관련해 러시아가 연일 “적대적 반러 행위” “전쟁 개입” “눈에는 눈” 등의 격한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박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협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 중 러시아의 무기 지원 중단 요구에 굴복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의사를 밝힌 주요 서방 국가를 상대로 협박과 엄포를 이어가는 러시아의 행동 패턴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뒤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협박과 엄포에도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결속이 굳건하자,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거나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협박의 강도도 다변화하고 있다.

국가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현황
국가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현황

지난달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열화 우라늄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이 포탄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죽일 뿐만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키고 암을 유발한다”며”(영국이 우라늄탄을 보낼 경우) 러시아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도 러시아의 대표적인 타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볼고그라드에서 열린 2차 대전 전승기념식 연설에서 “불행히도 나치 이념이 다시 한번 우리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가 또다시 십자가가 그려진 독일제 레오파르트 탱크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핵을 포함한 러시아의 전체 무기를 이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핵전쟁’까지 언급하며 서방 세계를 위협한 것이다.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도 지난해 9월 “러시아에 편입된 영토 방어를 위해 전략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바체슬라프 블로딘 하원의장도 지난 1월 텔레그램을 통해 “워싱턴과 나토가 우리 영토 점령에 사용될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면 더 강력한 무기로 보복할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런 협박과 엄포에도 불구하고 나토는 물론 비(非)나토 회원국인 호주와 일본, 한국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나서거나, 지원을 적극 검토하면서 러시아의 대응은 사이버 테러나 무력시위 등으로 강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 2월 낸시 페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이후 독일 에너지 공급자와 군사 조직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늘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략 전쟁의 핵심 부분으로서 사이버 공격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독일의 전차 지원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커들을 동원해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해 러시아가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다음 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쿠릴 열도 북부의 파라무시르(일본명 호로무시르)섬에 러시아의 ‘바스티온’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일본을 겨냥해 영토 분쟁 지역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에는 발트해에 연한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전투기 3대를 배치했다. 칼리닌그라드의 접경국이자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주도하고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겨냥한 무력 시위였다.

러시아의 되풀이되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서방 국가들은 일치되고 단결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7(주요 7국)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고, 러시아는 즉시,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 땅에서 반드시 철수시켜야 한다”고 발표하며 군사 지원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러시아로부터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아온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 4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만나면서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탄약, 최신 탱크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조종사의 훈련을 지원하고 있는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는 지난 2월 자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오늘 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미래에도 그들의 이익을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가 육군에서 해병대∙전투기 조종사들로 훈련을 확장할 것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