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자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는 1958년에 발표된 브렌다 리(79)의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Rocking Around The Christmas Tree)’가 정상에 올랐다. 팔순의 할머니가 65년 전 선보인 이 크리스마스 캐럴은 일주일 전 ‘역대 최고령 빌보드 핫100 1위’와 ‘발매 후 최장 기간 뒤 1위 등극’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웠고, 이후 2주째 수성에 성공했다. 빌보드 핫100과 함께 세계 팝음악을 대표하는 영국의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는 남성 듀오 ‘왬’이 1984년 발표한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가 역시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왬의 앤드루 리즐리는 올 들어 만 60세가 됐고, 또 다른 멤버인 조지 마이클은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났다.

차트 평정이 유력시되던 머라이어 캐리(53)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두 차트에서 이 노래들에 밀려 각각 2위·3위에 머물렀다. 발매된 지 29년이 됐지만 2019년 이래 해마다 성탄 시즌이 되면 무섭게 역주행하며 12차례 주간 핫100 정상을 찍었던 노래가, 더 오래된 노래들의 ‘강력한 역주행’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이다. 전성기를 지나 장·노년으로 접어든 팝스타들이 젊은 시절 부른 크리스마스 노래를 앞세운 성탄 대전이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왕년의 아이돌들이 백발의 할아버지·할머니가 돼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머라이어 캐리를 꺾고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브렌다 리는 단숨에 ‘지금 가장 핫한 가수’로 떠올랐다. 이번 1위 등극으로 루이 암스트롱(1901~1971)이 63세 때 세운 최고령 빌보드 핫100 달성 기록을 고쳐 쓴 그는 쏟아지는 인터뷰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소감을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는 1958년 10월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 취입 당시를 회상했다. “프로듀서는 나에게 숙제를 다 했는지 확인했고, 녹음실에서는 에어컨을 끄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져다 놓고, 연주자들은 모두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만 13세의 어린 가수가 크리스마스 느낌에 확 빠져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녹음은 단 세 번 만에 끝났다고 한다. 머라이어 캐리는 엄마나 이모 뻘인 브렌다 리에게 “역사적인 1위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적은 편지와 함께 꽃을 보냈다. 리는 캐리가 보낸 꽃과 편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영국 차트에서 약진하는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도 주목받고 있다. 발매 당시엔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노래를 작곡하고 직접 부른 마이클이 7년 전 성탄절 갑자기 사망한 뒤 일기 시작한 추모 분위기에 복고 열풍까지 더하면서 이 노래는 2021년 1월 처음으로 1위를 찍었다. 올겨울에도 2주 연속 정상에 올라 총 1위 횟수를 다섯 차례로 늘렸다. 이 노래는 이달 초 영국에서 CD와 LP로 재발매됐다. 마이클의 음악성과 인기에 가려져 존재감이 미미했던 또 다른 멤버 리즐리도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리즐리는 17일 왬의 공식 페이스북에 백발에 앞머리가 훤히 벗어진 모습으로 등장해 노래에 얽힌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고, 6시간 넘게 이 노래만 듣다 잠들어버리는 코믹 동영상을 올렸다. 리즐리는 올해 7월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왬’에 출연, 마이클과 활동하던 시절의 여러 비화를 들려줬다. 위즐리는 주간 ‘피플’ 인터뷰에서 “(마이클이 작곡한)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처음 듣는 순간 나는 뿅 갔다”고 말했다. 바비 헬름스(1933~1997)의 ‘징글 벨 록(Jingle Bell Rock·3위)’, 벌 아이브스(1909~1995)의 ‘어 홀리 졸리 크리스마스(A Holly Jolly Christmas·6위)’, 앤디 윌리엄스(1927~2012)의 ‘잇츠 어 원더풀 타임 오브 더 이어(It’s a Wonderful Time of the Year·8위) 등 마이클처럼 고인이 된 가수들의 캐럴도 빌보드 핫 100 최상위권에 올랐다.
크리스마스 음악계의 복고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력한 캐럴의 고전들을 능가할 만한 명곡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2000년대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들이 옛날의 ‘구닥다리’ 스타일 편곡과 창법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기세를 몰아 칠순을 넘긴 왕년의 팝스타들이 새로운 캐럴을 발표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셰어(77)는 일렉트로닉 댄스곡인 ‘디제이 플레이즈 어 크리스마스 송(DJ Plays a Christmas Song)’을 지난 10월 발표했다. 영국 팝의 전설 엘턴 존(76)도 막내아들뻘 팝스타 에드 시런(32)과 2021년 신곡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를 발표했다. 두 노래는 나란히 빌보드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