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주지사 재임 중 부패 혐의로 쫓겨난 뒤 중형을 선고받아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로드 블라고예비치(69) 전 일리노이 주지사를 사면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세르비아계 미국인인 그가 차기 세르비아 주재 대사로 기용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블라고예비치 사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그는 매우 멋진 사람이며, 이제 그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에 대한 트럼프의 사면은 이번이 두 번째다.

블라고예비치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로 재직하던 2008년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 의원에 특정 인사를 지명하는 대가로 150만달러(약 22억원)의 정치자금을 챙기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전화 통화 감청을 통해 수사 당국에 첩보가 입수됐고 블라고예비치는 오바마 당선 일주일 만인 2008년 12월 9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세르비아계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어려서부터 구두닦이, 피자 배달 등을 하며 자수성가해 카운티 지방 검사와 주 하원 의원, 연방 하원 의원 등을 거쳐 2002년 일리노이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으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하지만 매관매직 혐의로 피의자가 됐고 2009년 1월 주의회 탄핵안 가결로 주지사직을 박탈당하며 몰락했다. 2011년 12월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수감 생활을 시작했지만, 복역 9년째이자 트럼프 1기 사실상 마지막 해였던 2020년 감형 조치를 받아 조기 석방됐다. 블라고예비치가 과거 트럼프의 리얼리티 TV쇼에 출연하며 친분을 쌓아온 사실이 부각되면서 부적절한 사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는 이번에는 블라고예비치에 대해 모든 범죄 기록을 말소해주는 완전 사면을 내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이후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해 지난해 대선에서는 세르비아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득표 활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이번 사면 전부터 세르비아 대사 기용설이 돌았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주세르비아 대사에 블라고예비치를 지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상원 인준안 표결 때 민주당에서는 한 표도 얻지 못할 것이고 공화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질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