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주재 영국 외교관이 아랍풍 장식물이 제거된 중국의 이슬람 사원의 사진의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중국이 이슬람교마저 중국식으로 길들이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티나 베이징 주재 영국대사관 공관 차석은 지난달 18일 중국 닝샤(寧夏) 후이(回)족 자치구 인촨(銀川)시에 있는 낭완 모스크의 공사 전후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그가 최근 여행에서 찍었다는 모스크 사진은 이슬람 특유의 돔 지붕이나 아랍어 경전 문구도 없이 흑백 톤의 직사각형 건물로 돼있었고, 건물 입구에는 중국어가 붙어 있었다. 한 눈에 건물의 용도를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반면 스콧이 함께 게재한 같은 모스크의 예전 사진은 푸르스름한 둥근 돔 지붕과 황금 빛 장식에 아랍어 경전 문구가 쓰여있어 쉽게 이슬람 사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스콧은 최근 사진에다 “트립어드바이저(여행 안내 사이트)에서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서 찾았더니 리노베이션 이후에는 돔도 첨탑도 모두 없어졌고 안에는 출입이 금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 사진에는 “얼마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라고 썼다. 이어 “이슬람 사원 본연의 목적을 알려주는 장식물은 모두 떼어졌고, 주변 상점가는 모두 닫았거나 텅 비어서 또 무슨 ‘리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스크가 이슬람풍 색채를 잃은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중국 당국의 조치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계 학자로 보이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 게시물을 재전송하면서 “초등학교 때 우리고향 풍경 그리기 대회에서 이 모스크를 그려서 입상해 신문에 실린 적이 있는데 이렇게 변해버려 슬프다”고 적었다.
그러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스콧의 트위터 게시물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문화 표백작업이 지속되면서 모스크의 돔지붕까지 없애버리고 있다”며 중국의 이슬람 색채 빼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이슬람풍의 돔과 장식물을 모스크에서 제거하는 작업은 닝샤 후이족 자치구 뿐 아니라 이슬람 정서가 강해 ‘리틀 메카’라는 애칭까지 있는 간쑤성 링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스크와 이슬람풍 장식물의 제거는 이슬람을 공산당의 통제하에 두고 중국화하려는 또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풍 색채 제거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은 것은 후이 자치구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대로 이슬람교를 믿어온 후이족은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둘째로 인구가 많다. 한족과 페르시아·아랍쪽 등의 혼혈인인 후이족은 중국 통치 체제에 순응하고 있고, 금식, 성지 순례 등 무슬림 풍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식도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무슬림 소수민족보다 사회주의 체제 순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