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 상당수가 대규모 석탄 발전에 의존한 중국산 부품으로 생산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는 “폴리실리콘의 전 세계 생산량의 75~80% 이상을 중국 업체들이 만들고 있다”며 “중국산 의존도를 조정하지 않으면 태양광 발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는 산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은 패널의 핵심 소재로 전 세계 공급 물량의 45%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35%는 중국 기타 지역에서 생산된다. 문제는 상당수 제조 시설이 석탄 발전에 의존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가 불거진 신장 위구르 지역 내 제조 시설의 탄소 배출 상황이 심각하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대형 태양광 업체 보리협흠에너지·다초뉴에너지 등의 제조 시설엔 수십만 위구르족이 헐값에 고용돼 일하고 있다. 유독 신장 지역은 탄소 배출 규제가 허술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친환경을 지향한 태양광 업체가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은 서방 국가들이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확대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35년까지 메릴랜드주(州) 크기의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 덮겠다고 밝혔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앞당기며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 지원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미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48%, 유럽의 경우 34% 가파르게 증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유럽의 빠른 친환경 정책 전환 기조 속에 고(高)탄소 발생 중국산 태양광 부품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대거 호황을 누리게 됐다”고 했다.
태양광 발전의 증대가 오히려 탄소 배출을 확대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서방 국가들은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위구르족 강제 노역 제재 일환으로 신장에서 만들어진 태양광 패널 수입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도 27개 회원국에서 판매되는 태양광 패널의 탄소 배출량 규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가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