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5년 만에 인터넷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취재를 빙자해 기업을 협박하거나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등 ‘저질 언론’을 걸러낸다는 취지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여론을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위층 부패나 정부의 실정을 보도해온 차이신(財新)망 등 일부 매체가 인터넷 언론 허가 대상에서 탈락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공 중앙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20일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는 기관 명단을 발표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정부 기관, 언론사 등 총 1358개로 5년 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언론 기사 서비스를 하는 IT 업체들은 이 명단에 있는 기관의 글만 전파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새롭게 인터넷 언론으로 지정된 서비스 가운데는 중국 정부 기관이 많다. 중공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 지시 내용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설한 웹사이트·휴대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인 ‘학습강국’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제 매체 차이신망, 경제관찰망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이 매체가 쓰는 기사는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제공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홍콩 명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차이신망 등 ‘할 말은 하는 매체’가 명단에서 제외됐다”며 “전파 범위가 제한되면서 해당 언론사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차이신망은 기자 출신 후수리(胡舒立·68)가 운영하는 차이신미디어에 속해 있다. 후수리는 1998년 경제 주간지 차이징(財經)을 창간했고, 2007년 쩡칭훙 부주석의 아들이 산둥성 국유 기업을 사들인 내막을 다룬 기사를 특종 보도했다. 2009년 차이신 미디어를 창간했고, 시진핑 집권 초기 고위 관료 부패 기사를 잇따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차이신망의 이번 탈락을 놓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언론사에 대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공은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상·여론 분야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비공유자본’의 신문업 종사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나 국유 기업이 관여하지 않는 순수 민간 업체가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취재·편집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기자에 대해 매년 최소 90시간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