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계가 지난달 역대 최대 제작비 기록을 깬 ‘장진호(長津湖)’를 개봉한 데 이어 6·25 전쟁을 소재로 한 또 다른 대작 ‘압록강을 건너다’를 올해 중 개봉할 예정이라고 광명일보가 25일 보도했다. ‘압록강을 건너다’는 중국 CCTV방송이 지난해 중국군 6⋅25 참전 70주년, 올해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동명(同名)의 40부작 드라마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마오쩌둥⋅펑더화이 등 6·25전쟁 참전을 결정한 중국 지도부를 주인공으로 중국의 참전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CCTV방송은 중국군 참전 기념일인 이날 극장판 예고편과 포스터도 공개했다. 중국은 한반도에 투입된 중국군이 한국군과 첫 전투를 벌인 1950년 10월 25일을 참전 기념일로 삼고 있다.

올 들어 중국에서는 장진호 등 4편의 6·25 관련 영화가 개봉했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8편 이상의 영화, 드라마가 새로 공개됐다. 특히 장진호는 중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2300억원)와 최대 인원(1만2000명)이 투입됐다.

중국은 1950~1960년대에 6·25 관련 영화를 제작, 반미 감정을 고취해왔다. 하지만 6·25 참전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드라마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에 대해 2001년 중국 당국이 방영 금지 결정을 내린 이후 한동안 6·25 관련 영화, 드라마 제작, 방영 횟수가 줄었다. 방영 금지 결정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9·11 사태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미 트럼프 행정부 때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9년 미·중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CCTV방송은 ‘기습(1960년)’ ‘영웅아녀(1963년)’ 등 6·25 영화를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중국 당국이 6·25 전쟁을 ‘당과 국가를 위한 희생’ ‘평화를 지켜낸 정의의 전쟁’ 등으로 미화하는 분위기를 강화하는 것도 최근 관련 영화 제작 붐이 일어난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