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帥·36)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행 고발 글이 중국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로 고발된 대상이 시진핑 집권 1기 당시 중국 최고 지도부 중의 한 명이었던 장가오리(張高麗·75) 전 부총리여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 펑씨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그녀와 장 전 부총리가 톈진시 당서기(2007~2012년) 때부터 내연 관계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2012년 말 장 전 부총리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왕래가 끊어졌지만 약 3년 전 베이징에서 장가오리 전 부총리,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친 후 그의 집으로 갔다가 성관계를 갖게 됐다고 했다. 펑솨이는 이때 장 전 부총리와의 성관계를 “울면서 줄곧 거부했지만 무섭고 당황스러운 상태에서 동의하게 됐다”고 돼 있다.
이 글에는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신 분이라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게시물은 사라진 상태지만 복사한 글이 인터넷과 메신저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그간 중국 대학, 방송국에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벌어졌지만 장 전 부총리처럼 권력 핵심 인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전 부총리는 산둥성 서기, 톈진시 서기를 거쳐 2012년 말부터 2017년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내다 2018년 은퇴했다.
이 글의 진위에 대해선 중국 언론 매체들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펑씨는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고, 중국 국무원(행정부)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펑솨이는 톈진 테니스팀에서 활동하여 톈진 대표로 여러 차례 중국 대회에 출전했다. 세계 무대에 진출해 2013년 윔블던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에는 프랑스 오픈에서도 복식에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