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역사관에 따라 6·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를 편파적으로 묘사한 영화 ‘장진호(長津湖)’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중국 언론인이 법원에서 징역 7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장진호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 영화 사상 역대 최대 제작비(약 2300억원)를 들여 제작한 애국주의 영화다.
6일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기관지 검찰일보에 따르면, 하이난성 싼야시 청자오인민법원은 전날 ‘영웅 열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뤄창핑씨에 대해 검찰 구형대로 징역 7개월형을 선고하고,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 등에 공개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뤄씨는 신경보, 차이징 등에서 일하며 중국 정부의 부패를 고발하는 기사로 유명한 언론인이다. 보도에 따르면 뤄씨는 지난해 10월 6일 영화 장진호를 본 후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반세기가 지났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를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며 “‘모래 조각 부대’가 상부의 훌륭한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과 같다”는 글을 남겼다. ‘모래 조각’은 자기 주관이 없는 어수룩한 사람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영화 속에서 영웅으로 묘사되는 ‘얼음 조각 중대’와 중국 당국의 역사 해석에 무조건 동조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로 해석된다. 얼음 조각 중대는 1950년 장진호 전투 당시 진지에서 경계 자세로 얼어 죽은 채 발견된 100여 명의 중공군으로,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전쟁 영웅으로 평가하고 있다.
뤄씨는 다음 날 웨이보 글을 삭제했지만, 네티즌의 고발은 피하지 못했다. 청자오법원은 “뤄씨는 장진호 전투에서 희생된 중국군 얼음 조각 중대 열사들의 명예를 침해했다”며 “본인 소셜미디어에 총 9차례 전쟁 영웅을 모욕했다”고 했다.
장진호 전투는 미 해병대 1사단 등 연합군 1만5000여 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 매복한 중공군 8만5000명의 포위 공격을 뚫고 흥남으로 퇴각한 전투다. 중공군은 이 전투에서 군단 전체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지금도 ‘세계 최강 미국과 맞서 6·25 전쟁의 전황을 바꾼 전투’로 선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