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에 파는 무기체계가 유사시 중국의 초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국의 상륙작전을 최대한 저지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근 대만 측에 전투기, 탱크 등 중국군보다 수적 열세인 무기 대신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지대함 미사일 등의 구매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미국과 대만 양측의 외교·국방부와 군수 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미국·대만 비즈니스 평의회가 지난 3~4월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미국은 대만 측에 우선 구매 권장 무기 목록 20가지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함미사일, 미사일 방어 시스템, 정보 수집, 조기 경보 시스템 등이 포함됐지만 전투기는 제외됐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비대칭 무기를 먼저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대칭 무기는 기동성이 좋아 중국군의 초기 공격에서 생존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며 중국군의 상륙 침공 작전 저지에 효과가 큰 무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런 무기 판매 방침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도 미국은 하푼 블록2(사거리 125㎞ 이상), AGM-84H 슬램(사거리 280㎞ 이상) 등 대함 미사일을 대만에 판매했지만, 트럼프 시절 전체 대(對) 대만 무기 판매액의 57%는 F-16 전투기(66대), M1A2 에이브럼스 탱크(108대)가 차지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 “지난 2019년 미국이 대만에 에이브럼스 탱크 판매를 승인했을 때 일부 미국 관리가 사석에서 ‘대만군이 탱크를 쓸 정도로 중국군이 침략한 상황이라면 대만의 운명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함 미사일, 재블린 등 이동식 무기가 활약한 것도 미국 정부 내에서 대만에 비대칭 무기를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 배경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8월 M109A6 팔라딘 자주포 40문을 대만에 판매한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이를 백지화하고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대만 측과 협의하고 있다. 바퀴 달린 차량에 다연장 로켓포를 실은 HIMARS는 기동성이 뛰어난 무기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도 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미국의 해상 작전 헬기인 H-60R 시호크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미국의 무기 수출 전략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팔라딘 자주포를 제외하면 미사일 요격 무기인 패트리엇 관련 부품 2차례, 군함 관련 부품 1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