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71대가 성탄절인 25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 71대가 대만 주변에서 활동했고, 이 가운데 47대는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ADIZ에 진입했다. 같은 시간에 중국 군함 7척 또한 대만해협 주변에 머물렀다. 대만 언론은 이번에 투입된 중국 군용기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인 지난 8월 5일의 68대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군은 이날 중국 주력 전투기인 젠-16 18대를 비롯해 젠-11 전투기 12대, 젠-10 전투기 6대, 수호이(SU)-30 전투기(러시아산 첨단 전투기) 6대 등을 동원했고, 윈-8 대잠수함 초계기(적 잠수함 수색·공격용 군용기), 윈-8 전자정보 정찰기(적 전자정보·통신 내용 수집용 군용기)도 1대씩 투입했다.
중국의 이번 무력 시위는 대만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지원하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이 처리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풀이된다. 이 법안은 지난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통과됐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施毅) 대변인은 “대만 섬 주변 해상과 하늘에서 연합작전순찰과 연합타격훈련을 했고, 이는 미국과 대만의 결탁 및 도발 격상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고 했다. 중국 동부전구는 26일 전날 실시한 대만 주변 훈련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중국이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은 미국이 주로 동맹국에게 군사 원조를 제공할 때 사용한 ‘금융 지원’ 방식을 대만에게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국방수권법은 내년부터 5년 동안 대만이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데 쓸 수 있도록 총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빌려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다음 그 돈으로 미국산 무기를 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