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대만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고 변칙 기동을 해서 기존 방공망으로 요격이 쉽지 않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중국과 러시아 등이 앞서서 개발했죠. 중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일본과 대만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극초음속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은 지난 2월 초 극초음속 미사일 초기 블록 1 시험 발사에 성공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어요.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900km에 이른다고 합니다. 3월 중순에는 사거리를 1000km로 늘린 12식 지대함 미사일을 일본 남부 규슈 지역에 배치한다는 소식도 나왔어요.
대만 국방과학기술 연구기관인 중산과학연구소도 기존의 칭톈(擎天)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개량한 칭톈2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개발 중입니다. 최대 사거리가 2000km로 유사시 중국 수도 베이징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고 해요.
극초음속 미사일은 중국의 방공망을 뚫고 내륙 깊숙한 곳에 있는 지휘본부와 공군기지, 보급기지 등 전략 시설을 타격합니다. 중국 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내 전략 거점을 공격한 것처럼 유사시 반격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요.
◇사거리 2000km 블록 2A도 개발
일본 방위성은 지난 2월7일 원거리 방위 능력 구축 사업에 대한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작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서방위용 고속활공탄’이라고 부르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 예정된 성능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올해 내로 연구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실전 배치에 들어간다는 일정표도 첨부했습니다.
내년에는 배치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블록 1 버전으로 최대 사거리가 900km라고 해요. 오키나와에 배치되면 대만해협 일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탄두부가 원뿔꼴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비슷한 초기 단계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해요.
일본은 사거리가 2000㎞에 이르는 블록 2A 버전도 개발 중인데 오는 2027년에 개발이 끝납니다. 탄두 부위가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인 블록 2A 버전은 중국이 현재 보유한 CJ-100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과 대등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보여요. 2030년까지는 사거리 3000km의 블록 2B도 나오는데 중국 중동북 지역이 모두 사정권 안에 들어갑니다.
◇중국 항모 킬러 될 듯
2027년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큰 시기죠. 일본은 애초 2029년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는 일정을 잡았는데 3년을 앞당겼습니다. 개발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최종 시험이 끝나기도 전인 2023년부터 미사일 양산에 들어갔을 정도로 생산을 서두르고 있어요.
일본은 지난해 5월 미국과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활공단계요격체계(GPI·Glider Phase Interceptor)’를 오는 2030년대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죠. 올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발사하는 HTV-X 화물우주선에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 초기에 탐지하는 실험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중국, 러시아가 발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해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거죠.
중국도 미국, 일본이 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초기에 탐지하기 위한 신형 레이더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홍콩 아시아 타임스는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지역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더군요.
해군 대교(大校·우리의 준장급) 출신인 중국 군사평론가 차오웨이둥은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는 건 일본이 극초음속 미사일 연구개발과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면서 “일본이 내년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한국과 북한, 미국 등도 실전 배치를 서두르면서 동북아 지역에 극초음속 군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철갑탄두를 장착하면 중국의 대형 수상함(항모 또는 대형 상륙함)에 타격을 줄 것으로 봤어요.
◇대만 “중 전략 거점 공격용으로 개발”
대만도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작년 8월 발표한 ‘2025년 국방 선진과학기술 연구 계획’에서 칭톈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작년 말에는 체코에서 미사일 발사용으로 쓸 12축 차량 구매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어요.
대만은 2021년 사거리 2000㎞의 칭톈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을 끝내고 2022년부터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최고 속도를 마하 6까지 끌어올린 칭톈2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 중이라고 해요. 3년 내로 개발을 완료하는 일정을 잡고 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보도했습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은 평균 폭이 180㎞ 정도죠. 대만이 최대 사거리 200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건 중국 내 전략 거점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뜻입니다. 대만 언론도 ‘원점 타격용’이라고 썼더군요.
대만 매체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소식을 잇달아 보도하자 중국은 은근히 긴장하는 분위기에요. 장시성의 한 군사 평론가는 지난 2월 소셜미디어 웨이신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공격해 큰 타격을 줬던 것을 모방하려는 의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극초음속 미사일은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스크램제트 엔진용 고온 내열 재료 개발, 미사일 양산 등의 과정에서 적잖은 난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