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간 무역 전쟁에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인민해방군과 밀접한 민간위성 회사가 홍해에서 미 전함과 각국 상선들을 공격할 수 있게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미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서 수차례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경고하며, 중국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으나, 중국은 우리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 2기의 공격을 받았던 미 구축함 메이슨함.
작년 10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 2기의 공격을 받았던 미 구축함 메이슨함.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주시하는 중국 위성 업체는 지상의 각종 데이터를 우주에서 탐지할 수 있는 최초의 중국 민간 위성업체인 ‘창광위성기술(长光卫星技術股份有限公司ㆍCGSTL)’로 후티 반군에 위성 사진 등의 데이터를 제공해 미 군함과 상선들의 추적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리는 FT에 “우리의 경고에도 계속되는 중국의 암묵적인 지원은 ‘평화를 지지한다’는 공허한 중국의 주장의 또 다른 예”라며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은 중국공산당과 중국 기업들을 그들의 빈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FT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며 CGSTL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원한다”며 “미국은 후티와 같은 외국 테러 조직에 대한 지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국경을 넘어 기습 테러를 감행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테러집단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인 전쟁에 나서자, 하마스를 지원하며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시작했다. 하마스는 후티와 마찬가지로,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제조 기술과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우라늄 농축 중단ㆍ폐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금지 협상을 압박하며 중동 인근에 2척의 항공모함과 6대의 B2 폭격기 등을 배치했고, 3월 중순부터 후티 반군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는 홍해의 불안정 문제 해결을 우선 사항으로 삼고 있으며, 국무부 관리는 FT에 “중국 정부가 CGSTL(창광위성기술)을 미래에 지원할 때에는 이런 미국의 우선 사항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GSTL은 이전에도 미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또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의 용병집단인 와그너 그룹에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제공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CGSTL은 2014년 중국 지린성 정부와, 중국과학원의 창춘 분원(分院)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미국의 차이나 리스크 분석 컨설팅사인 파미르 컨설팅의 제임스 멀베논은 “창광은 사실 중국의 군민(軍民)융합 생태계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몇몇 ‘외견상’ 민간 상업위성회사 중 하나로, 민간과 군사 고객 모두에게 글로벌 감시 능력을 제공한다”고 FT에 말했다. 중국의 군민 융합 프로그램에서, 기업들은 정부가 지시할 경우 인민해방군과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CGSTL은 작년에 모두 100개의 군집(群集) 위성을 궤도에 올렸고, 올해 말까지 모두 300개의 위성을 발사해 운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어느 곳이든 10분마다 반복적으로 영상과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안보 컨설팅사인 블루패스 랩(BluePath Labs)의 매튜 브루제즈는 FT에 “CGSTL은 최근에도 중국인민해방군의 고위급 간부들에게 자사 기술을 군사정보로 활용하는 방안을 브리핑했고, 참석자 중에는 시진핑에 이어 중국 군부 서열 2위인 중앙군사위 부주석인 장유사(张又侠)도 포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