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9시(현지 시각) 영국 런던 소호거리에는 봉쇄 전 마지막 축배를 들러 나온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차도를 막고 설치된 야외 테이블이 약 200m 가량 이어졌고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이날 소호의 한 피자 가게 야외 테이블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케이티 엘레나(25)씨는 “이 가게가 오늘 찾은 네 번째 가게다. 이제 한 달 동안 외식 자체를 못 할텐데 마지막 밤을 즐겨야하지 않겠느냐”며 “한번 겪어봐서 그런지 더 끔찍하다”고 말했다.
5일 0시부터 영국 잉글랜드 전역에서 두 번째 봉쇄가 시작된다. 앞으로 최소 4주간 모든 펍과 식당, 상점이 문을 닫게 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소호의 한 펍에서 일하는 니콜(24)씨는 “일요일 봉쇄를 발표하고 난 뒤 이번 주 내내 손님이 많았다. 지난 주보다 1.5배는 늘었다”면서도 “앞으로 한 달 간 또 문을 닫아야 한다니 우울하다”고 말했다.
이날 런던에는 봉쇄 기간 상점이 문을 닫게 된다는 소식에 급하게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영국에서 대형 쇼핑몰 체인을 운영하는 크리스 대표는 “봉쇄 때문에 사람들이 이번 주 안에 쇼핑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전주에 비해 손님이 30% 늘었다”고 BBC에 밝혔다. 런던을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인 리버티백화점은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20% 세일에 돌입했다. 지난 3일 어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품 쇼핑을 한 제니(40)씨는 “봉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른 게 크리스마스 장식품이었다”며 “산타 인형과 미니 트리, 양초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봉쇄 기간 ‘집콕’ 생활을 버티기 위해 뜨개질 상점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같은 날 런던 시내 한 뜨개질 상점 앞에는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늘어섰다. 질리안(46)씨는 “겨울에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다가 니트나 떠보려고 재료를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수퍼마켓에선 1차 봉쇄 때와 마찬가지로 사재기가 일어나면서 휴지가 동나기도 했다.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코로나 봉쇄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5일부터 12월 2일까지 잉글랜드의 옷가게와 같은 상점, 펍, 식당의 영업이 중단된다. 다만 포장이나 배달은 가능하다. 지난 3월 첫 번째 봉쇄와는 달리 학교는 계속 문을 열 예정이다. 영국의 이날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2만 5177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