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영국에서 사망자·확진자 숫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접종 속도가 더딘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본토에서 피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보건 당국은 이날 집계된 코로나 사망자가 17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 343명, 이탈리아에서 386명, 독일에서 148명이 숨졌다는 발표가 나온 것과 대조를 이뤘다. 영국의 사망자는 지난 1월 20일 1823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빠르게 줄고 있다.
하루 확진자도 영국은 이날 5342명으로 프랑스(1만5792명), 이탈리아(1만3846명), 독일(8262명)보다 적었다. 영국의 확진자 최고치는 6만8053명(1월 8일)이었는데, 두 달여 만에 1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 효과가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영국에서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20일 기준 2763만명으로 전 국민의 40%에 해당한다. 이스라엘(59.8%)에 이어 세계 2위다. 프랑스(9%), 이탈리아(8.8%), 독일(8.6%)의 접종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영국의 접종 속도는 월등하다. 성인만 따지면 영국은 20일까지 전체의 절반이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영국은 확진자 감소 추세에 맞춰 지난 8일부터 봉쇄령 수위를 낮추기 시작했고 6월 말까지 모든 봉쇄 조치를 푼다는 계획이다. 프랑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 20일부터 세 번째 봉쇄령에 들어갔고, 독일이 계속 봉쇄령을 연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안타깝게도 (유럽) 대륙에서는 3차 유행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이 (영국에도) 벌어질 수 있어 빨리 백신을 접종하려 한다”고 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전화를 걸어 EU(유럽 연합)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한 것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EU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위탁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영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당초 약속한 것보다 훨씬 적은 분량을 공급하고 있다며 EU 내에서 생산한 물량을 EU 밖으로 보내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U 정상들은 오는 25일 화상 정상회의를 갖고 실제 백신 수출을 제한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수출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네덜란드·벨기에·아일랜드 등은 수출을 막는 조치까지 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유럽 본토가 냉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