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부 도시 보르도에 있는 18세기 흑인 여성 노예의 동상에 누군가 몰래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을 비하하려는 인종차별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보르도 지역 일간지인 쉬드우에스트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각) 보르도 시내에 세워진 모데스트 테스타스라는 18세기 흑인 노예의 청동상이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상태로 발견됐다. 인적이 드문 시각에 얼굴 부위를 포함한 동상의 상반신에 누군가 페인트칠을 하고 달아난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이 동상의 주인공인 테스타스는 18세기 보르도의 한 가정에 팔려온 아프리카 출신 흑인 여성 노예였다. 그는 기구한 삶을 살았다. 맨 먼저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섬의 설탕 농장에 팔려 갔다. 이후 미국으로 팔렸다가 다시 보르도의 한 부유한 가정으로 팔렸다.
테스타스를 사들인 보르도의 주인은 죽기 전 유언을 남겨 그를 풀어주도록 했다. 그제야 자유의 몸이 된 테스타스는 젊은 시절 일하던 히스파니올라섬으로 돌아갔다. 그는 105세까지 장수하고 세상을 떠났다.
보르도시는 테스타스의 동상을 2019년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가론강 강둑의 공원에 세웠다. 노예 무역으로 번성한 보르도의 과거를 참회하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동상을 제작한 작가는 아이티 출신의 우들리 카이마이트다.
보르도시는 테스타스의 동상 훼손이 의도적인 인종차별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르도 시의회에서 과거 유산을 담당하는 스테판 고모 의원은 “흑인 여성의 얼굴을 흰색 페인트로 칠한 건 노예들의 고통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일 뿐 아니라 여성 혐오 행위”라고 했다. 보르도시는 흰색 페인트를 모두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