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나토(NATO) 회원국도 아닌 우크라이나에 2014년부터 지금까지 제공한 군사원조 규모는 25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적지 않은 물량이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량을 파괴할 대(對)전차 미사일인 재블린(Javelin) FGM-148 미사일이다. 재블린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국경 너머에 집결한 약 1100대의 러시아 탱크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대칭적’ 무기다.
◇러시아는 주변 국가들에 배치된 ‘재블린’이 불만
미국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390기의 재블린 미사일과 47기 이상의 발사기(CLU)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나토 비(非)회원국이면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조지아에도 지난 8월 모두 82기의 재블린과 46대의 발사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밖에, 러시아와 직‧간접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의 최일선 국가인 에스토니아에 최근 수년간 128기의 재블린을 공급했고, 지난 22일 리투아니아에 1억2500만 달러어치의 판매를 승인했다.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사가 공동 생산하는 재블린은 약2.5㎞의 유효사거리를 갖췄으며, 현존하는 탱크는 모두 파괴할 수 있다. 균질(均質)압연장갑의 경우 600~800mm를 뚫을 수 있고 150m까지 치솟았다가 탱크에서 가장 취약한 포탑의 윗부분을 수직 하강해 타격하거나 측면을 관통한다. 발사기 튜브와 미사일의 길이가 1m 남짓하고, 무게도 22.3kg에 불과해 보통 2인 1조로 운용한다. 또 발사한 뒤에는 미사일이 적외선 자동탐지장치로 스스로 과녁을 찾아간다. 따라서 타깃에 명중하기까지 유무선으로 유도해야 하는 전(前)세대 대전차미사일과는 달리, 발사 후에 보병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이른 바 ‘파이어 앤 포겟(fire-and-forget)’ 미사일이다. 이라크‧시리아‧아프가니스탄에서 5000회 이상 발사되며 성능을 입증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3세대 대전차미사일로서, 재블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궁(晛弓)’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탱크들, 재블린 때문에 모래주머니‧철제 방어물 포탑에 설치했지만
러시아 탱크들이 1월초쯤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평원이 꽁꽁 얼기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재블린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간절히 원하는 무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러시아로서는 자국의 탱크를 무력화할 재블린이 계속 우크라이나와 주변국에 배치되는 것이 매우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 탓에,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밀집하는 러시아군 탱크들은 재블린의 타격을 최소화하려고 포탑 위에 철제 방어물과 모래주머니들을 덧씌웠지만, 그 효과는 알 수 없다.
◇미국은 우크라 ‘선제공격’ 염려해 재블린 공급 제한 미국은 2018년 재블린 공급을 시작하면서, 러시아의 반대쪽인 우크라이나의 서부 지역에만 배치하는 것을 엄격한 조건으로 내걸었고 최근에야 이 조건을 풀었다. 자칫 우크라이나군이 국경 너머에서 기동 훈련 중인 러시아군 탱크를 ‘선제공격’했다가 러시아에게 대공세의 빌미를 줄까봐 우려한 탓이었다.
지난 22일 우크라이나군은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인근 전선에서 재블린 발사 실험을 했고, 러시아군의 낡은 T-64 탱크 포탑을 재블린이 파괴하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밀려오는 러시아 탱크 막기엔 재블린 숫자 너무 부족해
하지만, 재블린 미사일이 러시아 공격을 억제할 수 있을까. 미 과학‧기술 잡지인 포퓰라미캐닉스는 최근 “재블린이 굉장한 대전차 무기이긴 하나, 너무 적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국경은 2250㎞에 달하고, 이미 훈련용으로 일부를 써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재블린으로는 3개 대대 병력이 운용할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군은 재블린을 보유한 병력을 우회하거나, 아예 정찰 드론과 포격으로 전멸시키는 전술을 쓸 수 있다. 2014년 7월 러시아군은 러시아 영토 내에서 40발의 로켓을 발사해 우크라이나군 2개 대대의 전투 장비를 완전히 파괴한 바 있다.
2019년 7월 25일 정상 간 통화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 민주당 후보의 비리를 파헤치라며 군사원조 제공을 유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매달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더 달라”고 통사정했던 것도 바로 이 재블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