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 도시의 민간 지역에도 포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로 통하는 ‘진공 폭탄’을 썼다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사실이라면 전쟁 범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일(현지시각)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침공 닷새째인 지난달 28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제2도시인 하리코프 민간인 거주지역을 포격했다. 러시아의 진격이 지체되자 민간지역도 포격 대상이 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인구 140만명의 하리코프 전역에 폭발이 있었고, 아파트는 흔들려 연기가 났다. 아파트 밖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거리에 불이 나는 모습도 목격됐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 이 끔찍한 장면을 전 세계가 봐야 한다”며 영상을 올렸다. NBC는 “이 영상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정확한 사상자 수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통신도 하리코프 민간인 거주지역이 포격을 받았고 아파트는 반복적인 강력한 폭발에 흔들렸으며 섬광과 연기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올레 시네구보프 주지사는 민간 지역 공격으로 11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쳤다며 “포격은 사람들이 약국과 가게에 가고 물을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인 대낮에 발생했다. 이는 범죄”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도 하리코프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이뤄졌다며 이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인은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인을 죽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틀렸다고도 했다.
러시아가 ‘진공폭탄’을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는데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특히 러시아가 주거지역을 겨냥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그들은 주거지역뿐 아니라 보육원이나 학교, 유치원도 또다시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무력 충돌 때 적용되는 국제법인 제네바 협약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전쟁에서 무차별적 공격으로 민간인을 죽거나 다치게 하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학교와 병원은 국제법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러시아가 실제로 진공폭탄을 사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진공폭탄 사용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 전쟁 범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진공폭탄은 투하 지점에 무차별적으로 파괴력을 내는 까닭에 비윤리적인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다. 러시아는 체첸 분쟁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 진공 폭탄을 사용한 전력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예상보다 거세 진군이 더뎌지면서 현재까지 주요 도시를 점령하지 못한 채 고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