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開戰) 1주일째를 맞은 2일까지 러시아군 전사자는 얼마나 될까. 2일까지 우크라이나 정부 주장은 러시아군 전사자 5710명에, 전투기 29대, 탱크 198대, 장갑차량 846대가 격추‧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반면에,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인 이고르 코나셴코프 소장은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전사자와 부상자들이 있다”고 인정했으나, 전혀 전사자 정보나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미국과 유럽의 정보 관리들은 대체로 하루 400명의 러시아군이 숨지는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러시아군 전사자 숫자에 매우 민감하다. 러시아군이 소속‧이름‧계급 등을 뗀 위장복을 입고 2014년 크림반도 침공했을 때에도 2월23일~3월19일 채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400여 명이 전사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숫자를 숨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이 숫자에 가까운 러시아군이 숨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푸틴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신 운반백(body bag)’이라고 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 의회에 “1일 400명” 보고
NYT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지난달 28일 의원들에게 비공개 브리핑을 했으며, 개전 첫5일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서 약 1500명의 전사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리는 “이는 위성이미지 판독, 통신 감청, 소셜미디어, 현장의 언론 보도 등을 취합한 추정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다른 미국 관리는 2000명으로 추정했으며, 이 추정치에 2명의 유럽 정보관리도 동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군 전사자 수의 증가는 푸틴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러시아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 1만5000명이 죽고, 체첸 전쟁에서 수천 명이 죽은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 정부, 러시아군 소속 아들‧남편 찾는 웹사이트 개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러시아 내부의 전사자 수 증가에 대한 불만과 공포를 노려, 우크라이나군이 확보한 러시아군 포로의 신원과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www.200rf.com)와 ‘이시취 스보이크(직접 찾아보세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했다. ’200‘이란 숫자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본국으로 이송된 소련군 시신을 담은 아연관(棺)을 뜻하는 군사용어인 ’화물 200(cargo 200)’에서 딴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당연히 이 200의 의미를 안다.
이 웹사이트는 러시아군 포로들이 “어딘지 모르고 왔다” “훈련 나간다고 했는데 속았다” “엄마, 아빠, 여기 강제로 끌려왔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싸우기 싫다 했더니, 총살당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하는 영상을 소개한다. 러시아 정부는 이 웹사이트과 텔레그램을 러시아 내에서 차단했다. 그러나 텔레그램 채널과 웹사이트는 국내에서 접속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