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교전 중인 러시아 장교가 모스크바에 있는 상관과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의해 공개됐다. 하급자가 “아군 전투기가 우리를 향해 사격했다”고 하자, 상관은 “있을 법한 일”이라고 답하는 등 교신에는 격전지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군의 상황이 담겨있다.
2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입수한 러시아군의 교신 내용을 보도했다. 일부 러시아군은 보안이 취약한 휴대전화나 워키토키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등이 쉽게 도청할 수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공개된 녹취에서 한 장교는 상관에게 “한마디로 여긴 개판”이라며 불평한다. 그는 “전사자들의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못하고 있다. 야전용 텐트와 난로 등 보급품이 충분하지 않아 부대원 절반이 동상에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 4일차 때 사령관이 승리가 코앞이라며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나)”고도 했다.
이어 러시아 전투기가 그의 부대가 주둔한 곳에 그래드(Grad) 다연장포를 오폭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아침인사 한번 X 같이 하더라. 저 로켓이 아군 것이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상관은 “있을 법한 일”이라고 했다. 이 장교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1990년대 체첸 전쟁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도 했다.
미콜라이우는 항구도시 오데사를 점령하기 위해 크림반도 서쪽으로 진행 중인 러시아군을 막을 전략적 요충지다.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이 자국 군대와 함께 강력히 저항하면서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지금까지 70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전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차 체첸전쟁 2년 동안 발생한 공식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