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러시아군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주장이 나왔다. GCHQ는 영국의 도‧감청 전문 첩보기관이다. 미국 국가안보국을 비롯해 호주‧캐나다‧뉴질랜드 정보당국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라는 기밀정보 공유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GCHQ 소속 제러미 플레밍 국장은 최근 호주의 한 대학에서 “사기가 저하된 러시아군이 군수품까지 부족해지자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일부러 군수품을 부수고 있으며 실수로 자국 군용기를 격추한 사실도 파악됐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한 러시아 병사가 전쟁으로 부대원 중 절반을 잃은 데 분노해 탱크를 끌고 지휘관에게 돌진했고, 이로 인해 대령은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지난달 26일 보도한 바 있다.
플레밍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는 원인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전투력을 과대평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시민의 저항과 서방국가의 대러 제재 등은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푸틴의 측근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런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용병을 투입하고 있다. 플레밍 국장은 “러시아와 연계된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용병을 파견하기 위해 다른 분쟁 지역에 투입된 병력을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용병을 선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용병들이 러시아군의 손실을 막는 총알받이로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바그너 용병들은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리비아와 모잠비크 내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서방이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거짓말을 퍼트린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