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7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 선수가 주세종 선수의 롱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손흥민(30·토트넘)이 지난 4일 “독일 유소년팀 시절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고백한 가운데, 독일 현지 매체들도 이 발언을 보도했다.

손흥민은 이날 ‘손 커밍데이’ 행사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전했다. 한국 대표팀이 독일에 2 대 0으로 승리한 경기다. 당시 손흥민은 두 번째 골을 넣었다. 그는 이 경기를 꼽은 이유에 대해 “어릴 때 독일에서 상상도 못할 힘든 생활을 했다. 인종 차별도 많이 당하고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는 꼭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러시아 월드컵 패배 후) 독일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로 복수해 줄 수 있어서 참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2008년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이후 독일에서 프로로 데뷔해 함부르크,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

독일 매체들도 손흥민의 이 같은 발언을 주목했다. 스포츠매체 ‘키커’는 “손흥민은 우는 사람을 보면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패배한) 독일 선수에게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난해 영국 경찰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댓글을 적은 네티즌들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독일 보도전문채널 ‘ntv’는 “독일에서 인종차별과 싸워온 손흥민이 2018년 독일을 상대로 복수한 것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이야기했다”며 “그가 독일에서 겪은 차별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하기 전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다”고 전했다. 미국 ‘블리처 리포트 풋볼’은 인스타그램에 카드뉴스를 올려 손흥민의 발언을 소개했다. 전 독일 국가대표 수비수 제롬 보아텡도 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다.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아디다스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커밍데이' 행사 팬미팅에 참석해 독일서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을 털어놨다. 오른쪽 사진은 비 내리는 하늘을 보며 "하늘도 슬픈가봐요"라고 말하는 모습./유튜브

해당 게시물에는 “이런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게 화난다” “인종 차별을 겪은 손흥민은 이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손흥민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제 모두가 그를 사랑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독일 네티즌들은 “모든 독일인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일반화하는 건 옳지 않다” “독일은 손흥민에게 성공할 토대를 마련해 줬는데 화가 난다” “함부르크에서 뛰던 손흥민을 사랑했는데 마음이 아프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