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첫 현직 국회의원인 하타 유이치로(53). 하타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은 27일 오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일본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당시 국토교통상이었던 하타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AP연합뉴스

일본 5선 국회의원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 지난 27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진 입헌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郎·53) 참의원 의원이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됐다. 일본에서 국회의원이 코로나로 숨진 것은 처음이다.

입헌민주당은 28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하타 의원 사인이 코로나라고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4일 비서를 통해 국회 진료소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문의했다. 의료기관 명단을 받은 그날 저녁 갑자기 발열이 시작돼 38.6도까지 올라갔다.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그는 25일 도쿄도의 민간 의료 기관에 PCR 검사를 예약, 27일 오후 3시 45분에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25일 아침에 열이 36·5도로 내렸지만, 같은 날 밤에는 38.3도로 다시 상승했다. 26일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27일 PCR 검사를 받기 위해 비서가 운전하는 자동차로 가는 도중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내가 혹시 폐렴(코로나를 의미)인가”라고 말하며 의식을 잃었고, 이날 오후 4시 34분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같은 당의 시노하라 다카시 중의원 의원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3일인데 그가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며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하타는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 총리의 아들로 그의 비서를 거쳐 국회에 진출했다. 1999년 나가노(長野)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 후 5선을 기록했다. 2012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에서 국토교통상을 지냈다. 지난 9월부터는 야권 통합을 이룬 입헌민주당에서 참의원 간사장을 맡아왔다.

그가 발열 다음 날인 25일 곧장 PCR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까다로운 매뉴얼 때문에 국회의원 신분에도 불구하고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전문 의료기관에서 PCR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발열이 수일간 지속돼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일본 언론은 그가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지병을 갖고 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그를 포함해 일본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의원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하타의 사망으로 일본 국회와 의원회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가 참의원 간사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추가 감염자가 국회에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의원은 본지에 “국회의원이 PCR 검사를 받으면 금방 좋지 않은 소문이 나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다”며 “국회의원 전수 검사를 하면 감염자가 몇 명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28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 누적 환자는 22만4478명, 사망자는 3338명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부터 코로나 환자가 급증, 최근에는 매일 3000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50대 여성이 영국발 변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일본 내 변이 코로나 감염자도 8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