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8일 미얀마 7개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얀마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시(市)를 비롯해 계엄령이 내려진 7곳뿐에서는 5명 이상이 모이거나 집회를 할 수 없다.
미얀마 전국에서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도 전면 금지된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이날 교민들에게 보낸 긴급공지문을 통해 “미얀마 정부의 오후 8시~오전 4시 사이 통행금지 조치가 전국적 시행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오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만군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무법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부는 국영TV를 통해 “우리 국민은 무법 행위를 하는 이들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금지되고 제거돼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국가의 안정과 공공 안전, 법의 지배에 해를 끼치는 불법적인 행동들에 대해 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지난 1일 흘라잉 사령관의 군부가 아웅산 수지(75) 미얀마 국가고문(총리에 해당)을 가택연금하고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DL) 주요 인물 수백명을 체포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의 이번 계엄령은 전날인 7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어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전날부터 인터넷을 차단했지만 양곤에서만 10만명 정도가 “군부독재 거부”를 외쳤다. 시민들은 군경(軍警)과 대치하면서도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자제하는 등 비폭력 저항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다. ‘샤프론 혁명’으로 불리는 2007년 군정 반대 시위는 급격한 유가 인상에 항의해 불교 승려들이 주축이 돼 일어난 시위다. 당시 군부가 시위대를 탄압해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 규모는 커졌지만,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군부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집권 여당 민주주의민족연맹(NLD)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들어간 옷을 입고, 독재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도심 내에서 평화적인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군경의 바리케이드 앞에서 구호만 외치거나 아예 진행 방향을 틀어버리는 등 충돌을 피했다. 일부는 경찰에게 다가가 장미꽃을 달아주고 식수를 건네며 “시민의 편에 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BBC 등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