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침 시간 인기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가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가 역풍이 거세지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피어스 모건. /트위터

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방송사 ITV는 이날 피어스 모건이 자사 주요 프로그램인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모건의 마클에 대한 비난이 적정 수위를 넘어섰다는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모건은 지난 8일 아침 방송에서 마클이 최근 미국 CBS와 가졌던 인터뷰의 영국 왕실에 대한 비판 내용에 대해 “일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건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느냐. 그들이 당신에게 뭐라고 말했나. 미안하지만 마클의 말을 한마디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마클이 일기예보를 읽어준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왕실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멸시당할 만하다”고 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으로 흑인 혼혈인 마클은 지난 7일 CBS 인터뷰에서 “왕실 일원이 아기의 피부색을 문제 삼았고 인종차별을 느꼈다”며 영국 왕실이 자신을 궁지로 몰아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었다.

모건은 트위터에는 마클이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에서 ‘피노키오 왕손빈’(Pinocchio Princess)이라고 쓰기도 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입헌군주제 전통을 공격하는 해리 부부의 인터뷰에 대해 “부적절했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모건의 불신론 역시 “정신적으로 약해진 이들의 어려운 고백을 공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규제당국은 모건의 발언에 대해 4만1000건에 달하는 진정이 접수되자 발언에 가학성이 있다고 보고 방송 윤리에 부합하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현지 정신보건 단체 ‘마인드’(Mind)’ 역시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모건은 사퇴 의사를 받아들였다. 마지막 방송에서 여전히 “마클이 말한 것들 중 많은 부분의 진실성을 두고 나는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고 했다. 2015년 ITV에 합류한 모건은 격식없이 시사 문제를 비판하는 ‘굿모닝 브리튼'을 6년여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