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주택가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이 호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을 체포했지만 정작 호랑이의 행방은 찾지 못해 긴급 수배에 나섰다.
10일(현지 시각) ABC뉴스·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8시쯤 휴스턴의 한 주택가에서 벵갈 호랑이 한 마리가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주인으로 추정되는 빅토르 휴고 쿠에바스(26)는 호랑이와 함께 도주했다.
인근 주민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호랑이 한 마리가 한 주택의 앞뜰에서 느린 걸음으로 어슬렁거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안관 웨스 매니언은 호랑이에게 총을 겨누며 “다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쿠에바스는 “죽이지 마세요”라고 외친다. 결국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한 이웃은 “ 보안관과 호랑이 그리고 쿠에바스가 잠시 대치한 뒤 쿠에바스가 호랑이에게 다가가 목줄을 잡고 흰색의 지프 체로키 차량에 호랑이를 태운 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재빨리 도주했다”고 말했다. 당시 휴스턴 경찰은 쿠에바스를 쫓았으나 결국 놓쳤다. 호랑이와 대치했던 매니언 보안관은 “호랑이가 매우 공격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며 “그 호랑이를 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스턴에서는 동물원 사육사와 같은 허가 받은 전문 관리인이 아닌 일반인이 호랑이를 기르거나 소유하는 것이 불법이다. 휴스턴 경찰은 도주한 쿠에바스를 공개수배해 다음날 체포했지만 호랑이는 결국 찾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2017년 텍사스주 포트 벤드 카운티의 한 식당에서 한 남성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전력이 있다. 그는 당시 총격이 정당방위였으며 무죄라는 입장이다.
쿠에바스는 평소 호랑이와 곰, 원숭이를 좋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에바스의 소셜미디어에는 아기 곰과 놀고 집에서 곰에게 키스를 하는 동영상이 게시돼 있다. 또 두 마리의 원숭이와 지내는 게시물도 발견됐고, 아기 호랑이와 포옹을 하는 동영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쿠에바스의 변호인은 “쿠에바스는 호랑이를 잡은 영웅일 뿐 호랑이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쿠에바스가 호랑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스턴 경찰은 “우리의 주 관심사는 달아난 호랑이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호랑이와 같은 동물들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소유해선 안 된다”며 “만약 호랑이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총을 가진 이웃들이 호랑이를 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텍사스주에는 약 2000~5000마리의 애완용 호랑이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인도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호랑이 개체 수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