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대표적 반중(反中) 성향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변호사인 마크 사이먼이 21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신문사가 자산동결 여파로 "며칠 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1일 홍콩의 한 열차 안에서 승객이 빈과일보를 읽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홍콩 반중(反中) 성향 신문 빈과일보(蘋果日報)가 25일 마지막 신문을 발행하고 폐간한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23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사는 소식통을 인용해 “26일자(토요일) 신문을 마지막으로 빈과일보 26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면서 “마지막으로 발행하는 신문은 100만부를 인쇄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이사진은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이같은 결정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가 폐간을 결정한 것은 홍콩 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 때문이다. 홍콩 보안당국은 앞서 지난 17일 경찰 인력 500여명을 동원해 빈과일보 본사와 주요 관계자 자택 등에서 체포 작전을 벌였다. 편집국장 등 5명의 핵심 간부가 경찰에 체포됐고, 회사와 연관된 법인 세 곳의 자산은 동결됐다. 빈과일보는 현재 1300명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빈과일보의 사주인 지미라이가 지난해 12월 경찰에 체포된 모습/AP 연합뉴스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는 지난해 8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됐고, 현재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20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홍콩보안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받으면 형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미 라이(黎智英)의 측근 마크 사이먼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달 말까지 (회사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어려워졌다. 며칠 내로 (폐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 판매상 등이 우리 계좌로 (판매) 대금을 입금하려고 해도 거절되고 있다”고 했다.

빈과일보는 1995년 지미 라이가 홍콩에 설립한 중국어 일간지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로 성공한 기업가였던 지미 라이는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충격을 받고 언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를 적극 지지하며 반중 매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친중 진영의 폐간 압박 속에 광고가 줄고, 20만부 가깝던 일(日)평균 판매 부수도 9만부 아래로 떨어졌다. 당국의 압박 속에 신문이 폐간 위기에 몰리자 일부 홍콩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빈과일보 구독 인증샷을 올리며 구독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폐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빈과일보 계열사들도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홍콩 싱다오르바오 등은 빈과일보 계열의 주간지인 이저우칸(壹周刊)이 23일 운영 중단 소식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저우칸은 한때 홍콩내 유력 연예 주간지로 자리매김했던 매체다. 빈과일보 계열의 뉴스 채널도 지난 21일 방송을 중단했다. 22일 빈과일보 재경채널, 영문판 홈페이지의 업데이트도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