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일꾼들이 정부가 제공한 코로나 사망자 묘역을 조성하는 작업을 벌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인 의사 최소 20명이 최근 5개월간 중국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달에만 10명 이상의 의사가 중국산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숨졌다.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인도네시아 의학 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인도네시아 의사 20명 이상이 중국 시노백 백신을 2차례 접종하고도 코로나에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돼 사망했다. 같은 기간 사망한 전체 의사 수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이달에 사망한 최소 10명이 시노백 접종을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나머지 의사 사망자 16명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시노백을 맞은 사망 의사의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백신 접종을 개시한 인도네시아는 이달까지 지급 받은 백신 1억400만회분 중 90%가 시노백이다. 우선 접종 대상자인 의사의 90%(약 16만명)가 이 백신을 접종 받았다.

그러나 이달 초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쿠두스에서 시노백 접종을 마친 의료진 350명 이상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고 수십명이 입원하는 등 시노백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달 수도 자카르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시노백 접종이 사망 예방에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시노백이 적어도 치명률을 낮추고 있다”며 시노백을 옹호해왔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번 의료진 대거 사망으로 시노백이 중증 및 사망 예방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다소 무색해졌다”고 했다.

중국산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과 지난 1일 중국 시노팜·시노백을 긴급 사용 승인하면서 감염 예방 효과가 각각 79%, 51%라고 추정했다. 화이자(95%)·모더나(94.1%) 등 서방 주요 백신에 비해 효과가 크게 낮다. 중국은 두 백신의 자세한 임상 자료를 공개한 적도 없다.

무엇보다 중국산 백신이 주력인 나라들의 코로나 예방 효과가 좋지 못하다. 시노팜 백신으로 1월부터 접종을 시작한 인도양의 소국(小國) 세이셸 공화국은 5월 초 코로나 감염 급증으로 봉쇄를 강화했다. 이 나라는 시노팜 백신을 60% 이상 사용하고 있다.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인 칠레는 최근에도 하루 5000명 이상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데, 시노백이 주력 백신이다. 중국산 백신이 주력인 몽골도 전체 인구의 58.7%가 1회 이상, 52.1%가 접종을 모두 마쳤지만 인구 335만명인 나라에서 하루 2000명 이상 확진자가 생기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로 계산하면 세계 2위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산 백신에 의존한 몽골, 칠레, 세이셸, 바레인 등 90여 나라 백신 접종률이 최고 70%에 달하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중국 시노팜·시노백을 맞은 해외 접종자에게 국내 입국시 14일간 의무 격리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들 백신을 주력으로 삼는 국가들에서 최근 코로나 환자가 치솟는 데 따라 우리 방역 당국의 결정이 성급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