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졔예방센터(CDC) 국장/AP 연합뉴스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일(현지 시각) 나란히 경고했다. 백신 접종이 효과를 보면서 지난 4월 이후 두 달간 계속 감소하던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델타 변이가 번지면서 6월 말을 기점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지난 7일간 평균적으로 1일 1만2600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며 “1월 초의 피크 때보다는 95% 줄었지만 지난주보다는 10%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델타 변이는 ‘초전염성(hyper-transmissible)’”이라고도 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지역사회들이 취약하다”며 “델타 변이가 계속 확산되는 것을 추적해 보면 그렇다”고 했다. 미국 남동부와 중서부를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30%가 넘지 않는 카운티가 1000개쯤 있는데 그런 곳들이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 전역에서 보고된 코로나 사례의 25% 정도가 델타 변이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떤 지역에서는 2건 중 1건이 델타 변이”라고 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총괄국장/AFP 연합뉴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역 총괄국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53국에서 지난 10주간 지속된 코로나 확진자 감소세가 끝나고 다시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클루게 국장은 “여행 재개, 방역 제한 완화로 인해 지난주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가 전주와 비교해 10% 늘었다”며 “방역 규정을 지키고 통제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새로운 유행(new wave)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루게 국장은 “오는 8월이면 델타 변이가 유럽에서 우세종이 될 수 있지만 그때까지 백신 접종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델타 변이가 유럽에서 가장 많이 번진 영국에서는 1일 확진자가 2만7989명에 달했다.

6월 29일 6만명이 입장한 가운데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유로2020 잉글랜드 대 독일의 16강전. 런던은 델타 변이가 집중적으로 번지는 곳이다./로이터 연합뉴스

방역 전문가들은 현재 열리고 있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가 델타 변이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 내놓고 있다. WHO 유럽사무소는 “경기장에 관중이 들어오고 나갈 때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유로2020을 주관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에 대해 “전적으로 무책임하다”며 비난했다. UEFA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최고조에 이른 런던에서 치르는 유로2020 경기에 관중을 6만명씩 입장시키고 있어 “돈벌이를 위해 방역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럽의약품청(EMA) 백신 전략 책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이날 “EMA가 승인한 백신의 접종을 두 차례 모두 마치면 델타 변이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