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입 금지령을 내린 호주산 랍스터가 홍콩을 거쳐 본토로 밀수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중국과 호주의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서 지난해 11월 중국이 일방적으로 호주 랍스터 수입 중단을 선언했는데 정작 자국민의 밀수입은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징둥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호주산 랍스터가 팔리고 있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조차 현지 식당에서 호주산으로 추정되는 랍스터를 먹는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SCMP는 한 달여 취재를 거쳐 호주산 랍스터가 홍콩을 거쳐 광둥(廣東)으로 대량 밀수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21일에는 광둥성 선전시와 인접한 홍콩 라우 파우 샨 어촌 마을에서 쾌속정을 이용해 호주산 랍스터를 본토로 밀수하던 일당이 홍콩 당국에 적발된 현장을 포착했다. 지난 3월 광둥성 중산(中山)시에서는 경찰이 홍콩을 통해 몰래 들여온 호주산 랍스터 100 상자를 적발해 밀수에 연루된 26명을 체포했다.
최근 홍콩을 통한 호주산 랍스터 수입량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홍콩은 호주산 랍스터 15만 7978㎏을 수입했는데 이는 중국이 수입 금지령을 내리기 전인 지난해 10월 수입 물량의 50배 수준이고,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3배 규모다. 홍콩의 해산물 수입 업자는 SCMP에 “홍콩에서 갑자기 늘어난 수입량은 전부 중국 본토로 보낸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 홍콩 수산물 유통업자는 “중국인들이 이미 호주산 랍스터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밀수를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호주산 랍스터는 2015년 중국·호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격이 저렴해진 데다 붉은 용을 연상시키는 생김새 덕분에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결혼식 등 연회의 필수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수출한 호주산 랍스터의 90% 이상이 중국에 수출돼 7억5000만호주달러(약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이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해 상반기 호주 정부가 코로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에 대한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압박 정책에 동참하자 중국이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의 대중 주력 수출품인 석탄⋅밀⋅보리⋅와인 등에 대해 통관을 강화하거나 수입을 중단했는데 이때 랍스터도 ‘수입 금지 리스트'에 포함한 것이다. 롤란드 라자 호주 로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호주에 경제 보복을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호주에 의존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