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선수촌 현수막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순신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대신 ‘범 내려온다’ 현수막을 내걸자 일본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일본 한류 전문 매체 와우코리아는 대한체육회가 선수단 숙소에 새로 내건 현수막이 일본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일본인들은 “‘범 내려온다'는 글귀는 일본이 조선 호랑이를 멸종시켰다는 믿음을 드러내는 것” “독도 표기까지 보이는데, 이는 혼란을 틈타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속셈”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글에도 “한국은 국제 규칙을 준수하는 것보다 반일 정신이 더 우선시되는 나라” “올림픽 정신보다 반일 정신을 먼저 생각한 결과” “어릴 때부터 반일 사상을 지속적으로 주입한 결과” “국민성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일본 극우 단체가 한국 선수단 숙소동에 걸린 현수막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현수막에는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 중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본 언론은 반일 정서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보도를 내놨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리 선수단에 철거를 요청했다. 올림픽 관련 모든 장소에서 어떠한 시위와 정치적·종교적·인종적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50조에 따른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범 내려온다’ 현수막이 걸린 건 지난 17일 오전이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으로 최근 화제를 모은 밴드 이날치의 곡 제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