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인구 1400여 명의 소도시 알가에서 사람들이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가 지방에서는 '여름 밤 야외 수다'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엘빠이스

여름밤에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이웃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스페인 남부의 한 작은 마을이 실제로 이런 별난 도전을 시작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알가르 마을이 최근 스페인의 ‘노상 대화’ 문화를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달라며 유네스코 사무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8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알가르는 전체 주민이 14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알가르를 비롯한 스페인 대부분 지역에서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밤이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의자를 들고 나와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다. 이런 풍습은 백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고 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인구 1400여 명의 소도시 알가에서 사람들이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가 지방에서는 '여름 밤 야외 수다'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엘빠이스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한 알가라의 호세 카를로스 산체스(38) 시장은 “스페인의 노상 대화 문화가 소셜미디어의 정반대”라며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가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웃과 얼굴을 보며 몇 시간씩 그날그날의 대소사나 고민거리를 나누는 풍습이 지역사회를 끈끈하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나 TV가 확산하며 이런 풍경이 사라져가는 걸 막고 싶었다”고 유네스코 등재 추진 배경을 밝혔다. 가디언은 알가르의 도전에 대해 “즉흥적이고 일상적인 모임에 대한 참신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록은 신청부터 등재까지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매년 3월까지 신청을 받아 이듬해 11월에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에 알가르 마을의 신청서는 내년 3월에나 심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 548건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 요리법,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 한국 제주 해녀 문화 등이 있다. 스페인의 경우 여러 국가와 공동으로 등재된 경우를 제외하면 발렌시아주에서 매년 9월에 열리는 ‘마레 데 데우 데 라 살루드(건강의 성모 마리아) 축제’ 등 3건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회적 관습이나 풍습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라크에서는 성지 카르발라를 찾는 순례자들에게 베푸는 환대가 2019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